신뢰회복 토대로 외교차관급 전략대화·안보정책협의회 등 재가동 기대
尹대통령 방일 이후 본격화할 듯…수출규제 해제맞춰 지소미아도 정상화 전망
한일 '2018년 이전' 관계복원 시동…장기중단 협의체 재개 관측
한일 정부가 지난 6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를 계기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냉각됐던 한일관계를 전면 복원하는 데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시작으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7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한일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수년간 중단됐던 한일간의 각종 전략적 협의 채널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 토대가 될 전망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정부 해법이 발표된 전날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가능성을 잇달아 보도하는 등 조기 방일이 실현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 방일을 통한 한일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관계 복원 비전이 제시되면 그간 중단됐던 여러 협의 채널의 재가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가 우선 꼽힌다.

단순한 현안 협의를 넘어 중장기 관점에서 지역 및 범세계 이슈를 폭넓게 협의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2005년 시작된 채널로 2014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후에는 한일 외교차관이 양자 회담을 하더라도 전략대화 형식으로는 열리지 못했다.

한일 외교·국방 라인의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는 '2+2' 형식의 외교안보 대화체인 안보정책협의회도 1998년 시작돼 꾸준히 개최됐지만 2018년 3월 이후에는 열리지 않았다.

이런 협의체가 중단됐던 것은 결국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 이후 과거사 갈등이 악화하면서 한일 간의 '전략적 신뢰'가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법을 발표해 문제를 풀기로 한 만큼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경색됐던 부분을 복원·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제, 안보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간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장기간 경색된 관계를 방치하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갈등에서 파생됐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해결 수순으로 갈 전망이다.

일본은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2019년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그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는 시점과 사실상 동시에 한국 정부도 지소미아의 법적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처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이미 한일 통상당국이 양자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2019년 당시 일본 정부에 외교 공한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통보했고, 이후 다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공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지소미아의 법적 불안정성을 제거하려면 일본 측에 다시 공한을 보내 앞선 두 공한을 철회한다고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에 국내 여론이 상당히 비판적이어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속도전'이 얼마나 국내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일 협력이 국익 확대에 부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여론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에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대한민국의 오늘날 위치를 감안해 장기적 안목으로 (해법을) 봐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