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출산 대책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육아 관련 재택근무를 전면 보장하는 등의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윤 대통령이 다음달로 예정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지만 실제 회의는 부위원장이 주재해 왔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와 같은 대책으로는 2030년 국내 인구가 5000만 명 아래로 줄어드는 등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대통령실은 우선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백화점식 대책을 지양하고 효과가 확인된 것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별 내용이 없었던 고령사회 대책도 제대로 세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맞벌이 가구의 육아 현실을 고려해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경직된 노동 관행을 극복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자녀의 등·하원 시간 등을 고려한 ‘오전 재택근무’ 등 재택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민 확대·난임 치료 지원도 논의

대통령실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초부터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수차례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립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가족을 갖고, 결혼이나 출산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며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구 변화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저출산위는 전임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뒤 지난달 해임되면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저출산위 활동도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위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등을 통한 이민 확대 방안도 논의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인구 변화 대응 4대 과제 중 하나로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제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나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준 높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 활성화 이외에 난임부부 치료비 지원, 출산휴가·육아휴직 기간 연장 및 실질적 보장 등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부모급여 확대’와 같은 기존 대책 이외에 새로운 현금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 시절이던 지난달 초 내놓은 ‘출산 시 대출 원금 일부 탕감’ 등의 방안에 대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국정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오형주 기자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