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따라 활동할 수밖에…탄핵당할 만한 위반 사유 있는지가 쟁점" 소추의결서 헌재 제출엔 "언제 할 지 판단해보겠다…결정된 것 없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탄핵 소추위원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김도읍 의원(국민의힘)은 8일 "아닌 것을 맞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 시작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추위원은 법적 지위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 활동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렇게 밝혔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법사위원장인 김 의원이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을 맡는다.
탄핵 심판은 김 의원이 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순간 시작된다.
김 의원은 향후 계획에 대해 "이 장관이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탄핵을 당할 정도로 법령 위반 사유가 있는지를 주안점으로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탄핵소추안 가결 뒤 기자들과 다시 만난 김 의원은 "오후 4시께 국회 의안과로부터 소추의결서 정본을 받았다"며 "소추의결서와 증거 자료, 참고자료가 책 세 권 분량"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를 제출할 시점에 대해선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제출은 해야 한다"면서도 "언제 해야 할지는 조금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대리인단 구성, 소추위원단 구성 문제도 제가 판단할 부분이지만, 아직 고민 중이다.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여당 소속인 김 의원이 탄핵 심판에서 소추위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지에 대한 야당 우려에 대해서는 "소추위원은 법률적으로 주어진 법적 지위"라며 "이 장관이 탄핵당할 만한 헌법·법률 위반 사유가 있는지가 쟁점이고, 저희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드라이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본회의와 법제사법위원장, 헌법재판소 인용이라는 3개의 높고 단단한 벽을 넘어야 한다.”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처리하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탄핵안의 국회 통과는 실제 이 장관의 탄핵까지 넘어야 할 여러 난관 중 하나를 지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당장 탄핵 성립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후 탄핵 추진을 위한 국회 소추위원단 구성은 여당 의원의 손에 달렸다. 탄핵안을 최종 심의하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1) 탄핵 요건에 해당하나법률적인 측면에서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이 장관이 행안부 수장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헌법 및 기타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전 재난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한 뒤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늦게 가동하고 수습 본부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반론도 만만치 않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소방청에 대한 지휘권이 없어 관련 법 위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혐의는 없지 않나”라며 “탄핵안이 인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헌법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 여당 의원에 달린 탄핵 절차이후 국회 내 추가 절차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여당 의원에게 달렸다는 점도 문제다. 탄핵안이 처리되면 국회법상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으로서 소추위원단과 대리인단을 꾸리고, 탄핵 심판에서 국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진인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과거 세 차례 있었던 탄핵 심판(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임성근 전 판사) 당시와 비교해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이 소추위원을 맡은 최초 사례다.야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이 탄핵 심판 절차에 비협조적으로 나서면 헌재의 인용을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 전체가 김 의원의 선의에 탄핵 심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김 의원이 헌재에 탄핵안 원본을 제출하지 않으면 심판 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 장관이 대한민국 국무위원으로서 탄핵당할 정도로 법 위반 사유가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3) 헌재 구성 변화, 어떤 영향 줄까우여곡절 끝에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가면 재판관 9명의 구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다. 이선애 재판관이 다음달 28일, 이석태 재판관은 4월에 퇴임한다. 후임 재판관의 임명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이들 재판관이 모두 교체된 뒤 탄핵 심판이 열리면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신임 재판관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므로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 임명이 미뤄져 재판관 7명이 사건을 심리하게 되면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질 수 있어 조건이 까다롭다. 정해진 심판 기간(180일)을 초과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헌재 심판 결과도 결과지만 판결 시점에 따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전범진/이유정 기자 forward@hankyung.com
대통령실은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대통령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약 20분 후 두 문장으로 구성된 짤막한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할 수 있는데,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의 어떤 조항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드러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을 향해선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면서도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 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이 장관은 국회에 마련된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탄핵소추안 의결 절차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법 등에 따르면 탄핵소추 의결서를 받은 사람은 헌재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창섭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차관’으로 행안부 차관을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당분간 현 차관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 탄핵소추”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민주당의 탄핵 추진 목적은 단 하나, 이 대표 방탄”이라며 “이재명 사법 처리에 쏠리는 국민 관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탄핵이든 뭐든 때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정치 공세”라고 비난했다.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탄핵 요건이 되지 않는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횡포로 국정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지지도에서 천하람 후보가 3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가 8일 잇달아 나왔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커진 비윤(비윤석열)계 표심과 천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세가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4~6일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천 후보는 10.9%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6~7일 국민의힘 지지층에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도 천 후보는 9.4%로 3위에 올랐다.천 후보의 약진은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 등으로 ‘강성 비윤계’ 표심이 모인 결과로 해석된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안철수 후보에게 갔던 비윤계 표심이 천 후보에게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얼미터는 분석했다. 천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2030 당원의 표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한 중진 의원은 “전대 구도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지면서 친윤도 비윤도 아닌 안 후보보다는 비윤 성향이 뚜렷한 천 후보로 비윤계의 표심이 점차 쏠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김기현 후보와 안 후보는 아직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6~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 후보는 45.3%로 안 후보(30.4%)를 오차범위(±4.9%포인트) 밖에서 따돌렸다. 직전(지난달 31일~2월 1일) 조사와 비교하면 김 후보 지지도는 9.3%포인트 상승했고, 안 후보는 12.9%포인트 하락했다.반면 같은 기간(6~7일)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45.1%를 얻은 안 후보가 38.4%에 그친 김 후보를 오차범위(±5.6%포인트)에서 앞섰다.4~6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안 후보가 35.5%로 김 후보(31.2%)를 오차범위(±4.3%포인트)에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