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세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에게 “혼자 다녀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내부 결집을 최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이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혼자 다녀오게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당 의원들께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이번 검찰 출석 때는 혼자 다녀오겠다”며 “출석에 동행해 주려는 맘은 감사하지만 그것이 갈등의 소재가 되지 않길 바라는 제 진의를 꼭 헤아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지지자 여러분, 여전히 칼바람이 매섭다”며 “그날 차가운 밤거리에 선 여러분께 너무 미안했다. 이번에는 마음만 모아달라”고 당부했다.이 대표는 앞서 지난달 10일과 28일 각각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의원들의 동행이 논란이 되면서 이 대표는 변호인만 대동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지지자들은 이 대표 글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마라”는 등의 답글을 달며 오히려 더 결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재정개혁 방안 마련을 사실상 정부에 떠넘겼다. 국회가 여론 눈치를 보느라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국회 연금특위 여야 간사는 8일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 추계를 통해 하게 돼 있다”며 “정부 몫이 강하다”고 밝혔다.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급률)과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국회가 결론을 내지 않고, 오는 10월 정부의 개혁안이 나오면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당초 특위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로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을 명시했지만 한 달 만에 말을 바꿨다. “모수개혁 논의할 때 아냐”특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적연금에 대한 구조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이에 따라 모수개혁도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은 모수개혁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간자문위로부터 그동안의 연금개혁 초안 논의 상황을 전달받고 향후 일정과 과제 등을 의논했다.강 의원은 “공적연금의 구조를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국회는) 구조개혁에 좀 더 매진해 이 부분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강 의원이 언급한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간 연계를 통한 연금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장기적인 플랜으로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특위는 당초 자문위를 통해 1월 말까지 연금개혁 초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 일정 역시 한 달 미뤘다. 자문위가 2월 말까지 초안을 가져오면 이를 토대로 추가 논의하겠다는 설명이다. 국회 연금특위 활동 기한은 4월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초안이 늦어지면서 특위도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국회에, 국회는 정부로 공 넘겨특위가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을 강조한 것은 자문위가 석 달 가까이 논의해온 방향을 뒤집겠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을 중심으로 개혁안을 준비해왔다.자문위는 올 1월 말 회의를 거쳐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 유지)과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9%→15%, 소득대체율 40%→50%) 등을 논의했지만 견해차가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율 조정을 두고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정치권이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피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위에선 국민연금 의무 가입 연령 상향, 퇴직연금 개혁 방안 등도 거론되긴 했지만, 정작 재정 문제가 심각한 국민연금 개혁은 정부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전문가인 자문위원들은 모수개혁안을 도출할 의지가 있었지만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오히려 막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은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자문위의) 의욕이 앞섰던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정부가 국회로 공을 넘긴 연금개혁을 국회가 다시 정부로 넘기게 되면서, 연금개혁에 실패한 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4개의 모수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결국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논의를 떠넘겼다. 경사노위가 다시 3개 안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정부안 하나를 가져오라’고 퇴짜를 놨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연금개혁 논의에서 손을 뗐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야(野) 3당이 공동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이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심판이 열리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건을 재적인원 293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9명, 무효 5명으로 통과시켰다. 169석 거대 야당 민주당과 탄핵안을 공동 발의한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풀이된다.탄핵소추안 의결러 이 장관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고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이 장관의 업무를 이어받아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탄핵안 가결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다. 야당은 탄핵안 가결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는 오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난 안전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이 장관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수행했다"며 "이 장관은 이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뒤에 숨지 못할 것이다. 이상민 장관은 법의 심판을 기다리길 바란다"고 말했다.여당과 대통령실에서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은 오늘 헌법이 부여한 칼로 헌법의 한 페이지를 찢어버렸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탄핵소추권으로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야당은 이번 탄핵소추가 '국민의 명령'이라고 하지만, 빈약한 명분을 감추기 위해 국민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한 대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언론 공지를 통해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지난 6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이 분명하고, 그 결과가 너무도 참혹하다"면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안 제출 이후 취재진에 "참사 당시 이 장관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많은 목숨이 희생돼 탄핵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부연했다.야당은 A4용지 63쪽에 달하는 탄핵소추안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부처의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부실 대응으로 일관해 헌법에 명시된 공직자의 '성실 의무'(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했다고 기재했다. 아울러 이 장관이 참사 이후 2차 가해성 발언과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품위유지의무(국가공무원법 제63조) 위반도 포함했다. 이 밖에도 재난안전법 8개 조항 등도 빼곡히 적어 넣었다.이 장관은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인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 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조만간 본격적인 탄핵 심판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탄핵 심판은 행정부 고위직이나 판사 등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의회의 결의로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이다. 국회가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뒤 심리가 개시된다. 탄핵 심판 자체로는 역대 네 번째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헌재 심판으로까지 이어진 경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선고는 2017년),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절차를 통해 파면됐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은 국회의 소추 이유가 타당하지 않아 기각 결정이 났다. 임 전 부장판사 사건은 심판 청구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