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와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섰다.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함께 오찬을 한 직후다. 나 전 의원은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김 후보와) 애당심과 충심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며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사실상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김·나 회동’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열세를 보여온 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기현, “나경원에게 자문할 것”이날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우리가 어렵게 세운 정권”이라며 “내년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사심을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도 “20년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보수우파의 가치를 지킨 우리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나 전 의원에게 더 많은 자문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나 전 의원이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과 앞으로 많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답했다. 만남의 성격을 묻는 말에 나 전 의원은 “당과 전당대회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며 “국정 운영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나 전 의원은 김 후보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진 않았지만,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안 의원에게 쏠리던 나 전 의원 지지세가 김 의원 쪽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가 이후 나 전 의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이유다. 절박한 친윤계의 ‘나심 구애’김 후보는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서울 용산구 자택 방문을 시작으로 꾸준히 만남을 타진했다. 5일에는 나 전 의원이 가족 여행을 떠난 강원 강릉까지 찾아가 1시간 동안 회동했다. 단체 성명을 통해 나 전 의원을 겨냥했던 친윤 초선들도 ‘나심 잡기’에 가세했다. 친윤 핵심인 박성민 이용 의원을 비롯한 초선 의원 10명은 6일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회 사무실에서 나 전 의원과 약 35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학폭(학교폭력) 가해자’와 비슷한 행태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김 후보와 친윤계 초선들이 구애에 나선 이유는 ‘안 후보가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달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안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 안 후보는 오차 범위 밖에서 김 후보를 따돌렸고,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에서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安 향해선 ‘정체성’ 공격 지속김 후보 측은 나 전 의원과의 공개 회동을 계기로 지지율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7일 열린 ‘전당대회 비전발표회’ 직후엔 안 후보를 향해 “과거 발언이나 행동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 제기한 과거 안 후보의 ‘신영복 존경’ 발언과 ‘친 언론노조’ 행보 등을 겨냥한 것이다.이에 대해 안 후보는 김 후보의 공세를 ‘마타도어’로 표현하며 반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짧은 기간 공동 야당 대표를 했던 건 대한민국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 당시 행보로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썼다. 이어 “야당의 문제점을 알고 당을 나왔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선에서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며 “그 일에 대해서는 국민과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사진)이 7일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한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가 최근 ‘김 위원장이 정계 개편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직접 논란 차단에 나선 것이다.김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통합위원장직에만 충실할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 입장을 덧붙이자면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앞서 신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해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경우 “김 위원장이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신 변호사의 정계 개편 주장에 당 안팎에선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에 대한 협박”이라고 했고, 안철수 캠프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을 욕보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도 지난 6일 신 변호사의 ‘윤 대통령 탈당’ 발언과 관련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탈당을 우려하는 전통 당원의 지지세가 김 의원으로 결집하기보다는 도리어 반감만 살 것”이라고 했다.신 변호사는 이날 김 후보의 후원회장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이 김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되기를 바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이상 후원회장으로서의 제 역할도 끝난 것 같다”고 했다.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비 200만원 내는 당대표에겐 뒤에서 총질하던 사람들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당비 300만원 내니까 말 좀 하자' 이러는 건 장난하자는 건가"라며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지적했다.이 전 대표는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도 대표 할 때 당비를 200(만원) 넘게 냈을 텐데, 제 말은 안 듣더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선 "우리는 그걸 '당무 개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반박했다.이 전 대표는 "'총선을 본인(윤 대통령)의 지휘하에 책임하에 치르고 싶다'라고 계속 대통령실에서 얘기하는데, 이긴다는 전제하에서는 그래도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겠지만, 소위 말하는 '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실력을 대선 때 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전략으로는 총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이 전 대표는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신평 변호사가 '안철수 후보 당선 시 윤 대통령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주장한 데 대해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탈당을 거론하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대통령직 못 해 먹겠다'며 실제로 탈당했다"며 "열린우리당식 창당은 여권 세력 내에서 거의 멸망전인데, 그런 언급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보수 진영에서는 트라우마"라고 주장했다.용산 대통령실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양상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당권을 장악해 '친윤계' 세력을 공천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빚을 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득표에 도움이 됐을지는 별개로 그들에게 빚을 갚지 않으면 그들이 언젠가 폭발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빚을 지는 정치를 하면 빚을 못 갚으면 당연히 파산"이라고 강조했다.앞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은 한 달에 300만원 당비를 내는데 1년이면 3600만원"이라며 "일반 의원들이 한 달에 아마 30만원을 내고 (대통령이 당비를) 10배는 더 내는데, 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을 수 없지 않냐"고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반박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