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신공항 관련 특별법은 21대 국회 들어 모두 세 차례 발의됐다. 홍준표 대구시장(2020년 8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21년 1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2022년 8월) 순서다.

법안 발의자가 정부·여당의 실력자들인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TK신공항 추진은 탄력을 받았다. 올해 국토교통부 주요 업무계획에도 포함됐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기는 쉽지 않았다. 여야가 ‘공항 특별법 주고받기’ 협상에 나선 배경이다.
사업성 없는데 '20兆 신공항' 예타 면제…기재부는 국비 투입 거들어

공항 사업에 목마른 양당

TK신공항 특별법을 심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상임위원장과 소관 법안 심사소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첫 번째 키를 쥐고 있는 최인호 교통법안심사소위원장은 부산 사하갑이 지역구로, 가덕도 신공항과 경합하는 TK신공항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9일 부산에서 열린 한 강연에선 “여러 문제가 있는 TK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대구 지역 정치인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오래된 지역 현안이다. 2014년 광주광역시가 처음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전 대상지인 전남 무안 주민들의 반발과 사업비 부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5조7480억원으로 예상했던 사업비는 계속 늘었다. 군공항 내 미군 장비 이전비가 1조원 추가됐으며, 4500억원으로 책정한 무안 주민 보상비도 2조~3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2014년 이후 물가 상승까지 감안하면 사업비는 10조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고받기로 돌파구 마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같은 갈등 구조를 간파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광주를 방문해 “광주와 대구의 현안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와 대구 신공항 추진 사업을 묶어 ‘원샷’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광주 군공항 이전을 조건으로 TK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여당에 밝혔다.

이후 물밑에서 해법을 찾던 양당은 결국 지난달 27일 주 원내대표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두 공항 관련 특별법 처리에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공항은 물론 도로 등 관련 인프라 건설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다. 반면 정부는 국비를 투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2021년 3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시작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타 면제가 사실상 일상화되는 것이다.

부담은 국민 전체 몫

전문가들은 사업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TK신공항과 관련해서는 수요가 기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항이 신설되는 의성군을 비롯한 경북 북부 대부분이 대표적인 소멸 위기 지역이다. 포항 경주 등 경북 남부지역의 수요는 가덕도 신공항으로 분산될 수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주요 공항의 이용률은 전성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공항을 줄줄이 신설하면 공급 과잉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시와 광주시가 재원 조달 방안으로 들고 있는 종전 부지 개발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 특히 지방 아파트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어 있다. 대구시가 지난달 31일 아파트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공급 과잉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와 광주를 비롯한 지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데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기존 부지 개발로는 총 20조원의 사업비 중 10조원도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결국 10조원 이상의 부담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대규모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원종환/심은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