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권 주자들, 때 아닌 양말 논쟁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에 때아닌 '양말 논쟁'이 벌어졌다. 안철수 의원이 본인의 해진 양말을 공개하자, 김기현 의원이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3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안 의원이) 구멍 난 양말을 신어야 될 정도로 가난한지 모르겠다"며 "굳이 청바지, 구멍 난 양말을 강조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9일 안 의원은 한 행사에서 청년 당원으로부터 양말을 선물 받고, 신고 있던 양말을 공개했다. 해져서 양말 뒤꿈치와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양말이었다.

안 의원은 그 자리에서 양말을 갈아신으며 "물건, 음식을 정말 아낀다. 양말은 구멍 나기 직전인 게 많다. 새로 양말을 선물 받았으니 제대로 잘 신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말 논쟁은 두 사람간 당권 경쟁에 따른 갈등이 '흙수저' 여부를 놓고도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다른 당권 주자들을 "부잣집 자식이거나 사위"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실 흙수저 출신이지 않나. 우리당 대표도 흙수저 출신인 제가 되어야 맞상대가 된다"고 말했다.

31일에도 안 의원의 해진 양말을 지적하며 "나는 흙수저 집에서 태어났고, 제 아내도 무일푼 집안에서 태어났다"면서 "흙수저끼리 만나서 결혼해 살고 있는데 구멍 난 양말을 신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흙수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김 의원의 공격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석에서 "김 의원이 진짜 흙수저가 맞느냐"고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안 의원측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을 아버지로 뒀던 김 의원이, 잠시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고 해서 흙수저라고 할 수 있느냐"며 "아무리 봐도 같은 세대의 다른 인물들보다 부족한 삶을 살았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양말'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 따른 김 의원의 견제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포털에 소개된 안 의원의 양말 관련 기사에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통상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검소함이나 가난을 노골적으로 내보이는 정치인들에 비판적인 것과 대비된다. 안 의원이 당시 행사에서 양말과 함께 2011년 정치에 입문하며 1500억원을 기부한 사실을 소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비결로 보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