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권정근 연쇄 담화…"美의혹 제기 맞대응·우크라전 심각하게 인식" "대러지원 노골화 가능성"…'김정은의 입' 김여정 업무 국제관계로 확장 주목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북한과 러시아와의 무기거래설을 계속 폭로하는 데 대해 북한 고위 인사들이 연달아 발끈하는 담화를 내놓아 관심을 끈다.
우크라이나전이 북한의 대외정책을 비롯해 대미·대남정책 등 한반도 정세와 갈수록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다고 판단, 일정한 목소리를 내면서 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맹비난하는 것은 최근 자신들의 대러 무기 거래 관련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7일 심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차지원 계획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로씨야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러시아를 파멸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을 확대해 패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흉심에 따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발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김 부부장 담화가 나온 지 33시간 만인 29일 오전 9시께 외무성 고위관리 담화를 또 내놨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계획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발표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를 '자작 낭설'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부부장이 언급하지 않았던 미국의 '북-러 무기거래 발표'를 권 국장이 부인하면서 미국을 거칠게 비난한 것이다.
권 국장은 "미국은 이번에 또다시 무근거한 '조로(북러) 무기거래설'을 꺼내 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저들의 무기 제공을 정당화해보려고 어리석게 시도했다"며 "있지도 않은 일까지 꾸며내여 우리의 영상(이미지)을 폄훼하려드는 것은 (…) 반드시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엄중한 중대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처럼 동일한 이슈를 놓고 연쇄적으로 중량감 있는 담화를 낸 것을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여정 담화에서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무언급'이 인정이라는 여론 흐름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두 담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맹비난한 것은 일종의 '맞대응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양 총장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을 '불법성'으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 자신들의 대러 무기 거래 관련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대응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양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양상의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북한의 대외정책, 대미·대남정책 등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전쟁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전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특히 "북한이 미국의 탱크 지원을 직접 거론한 것은 북한의 군사 지원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며 "향후 대러 군사지원을 우크라-러시아 전황에 따라 공식화하거나 공식화하지 않더라도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미·대남을 총괄하는 역할의 김여정 부부장이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홍민 실장은 "김여정이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기존에 외무성과 국방성 실무급 책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건조하게 대응하던 방식과는 다른 태도"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이 우크라-러시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총장도 "과거 대남 메시지에 할애했던 김여정 담화 방식을 대미 혹은 대외관계 이슈에도 활용한 것"이라며 "김여정 담화는 결국 김정은의 뜻이 담겨있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입장이므로, 향후 김여정 담화의 이슈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NHK "왕야쥔 대사, 오늘 단둥에서 교량 건너 신의주로 향해" 재작년 2월 내정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부임을 못하고 있던 신임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27일 부임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왕야쥔 주북 중국 대사는 이날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교량을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NHK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당대당 외교를 담당하는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지낸 왕 대사는 2021년 2월 리진쥔 전 대사 후임으로 내정됐지만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부임이 늦춰졌다. 2021년 12월말, 7년 가까이 주북대사로 재임했던 리진쥔 전 대사가 귀국을 위해 북한 고위 인사들과 만난 사실이 보도되면서 왕 대사의 부임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왕 대사 부임은 그로부터 1년 3개월 더 지나서 이뤄졌다. NHK는 북중관계 소식통을 인용, 중국 측이 왕 대사의 조기 부임을 북한 측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래 북한이 외국 외교관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NHK는 보도했다. 북중 인적교류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였던 왕 대사의 북한 부임이 이뤄짐에 따라 양국간 후속 인적 교류가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왕 대사 부임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에 대해 중국이 대북 자제 촉구 대신 미국의 선제적 행동을 촉구하는 등 북한을 분명하게 감싸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중 갈등과 한미일 대 북중러 대치 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북중간의 교류와 공조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969년생으로 만 53세인 왕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북한 최대 동물원인 조선중앙동물원이 7년간 수백마리의 개와 희귀동물을 분양한 것으로 전해졌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훌륭한 문화 정서 생활기지로 개건(리모델링)된 2016년부터 지난 7년간 중앙동물원에서는 진귀한 동물들을 나라의 곳곳에 보내주는 사업을 잘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지난 기간 신의주, 사리원, 함흥시 등 각지로 이사 간 동물은 저먼쉐퍼드(셰퍼드), 시츄, 사자돌원숭이, 북극여우, 쌍봉약대(낙타)를 비롯해 100여 종에 수백 마리에 달한다.지난 한 해 동안에만도 고양이원숭이, 해리서(뉴트리아) 등 수십 종, 수십 마리가 분양됐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중앙동물원은 이례적으로 개 전용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동물원이 키우고 있는 개는 중국산 반려용 개 시츄, 독일산 셰퍼드 등 41종 200여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중앙동물원이 희귀동물 외에 셰퍼드와 시츄 등을 사육해 지방에 분양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군이나 일부 고위 간부만 셰퍼드, 시츄 등을 키우고 있어 지방 주민들이 평소에 고가의 순종 개를 보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반려견 외에 동물 수천마리를 보유한 중앙동물원은 1959년 4월 평양 대성산 기슭에 평양동물원으로 개장했다.약 270만㎡ 면적에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동물 250종을 포함해 650여종, 6000여마리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수의병원과 동물원 연구소, 먹이 가공공장, 교육기관 등 부대시설도 보유하고 있으며, 함흥에 분원이 있다.중앙동물원은 2005년 서울대공원에서 하마, 붉은캥거루, 왈라루, 과나코, 라마를 받고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승냥이, 족제비, 아프리카포니를 보내는 등 남한과 교류하기도 했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투 소매에 흰 얼룩이 묻은 모습이 그대로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책임자가 최고 사형까지 당할 수 있다는 북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27일(한국시간) NZ헤럴드,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 객원 연구원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김 위원장 옷에 묻은 흰색 얼룩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책임자들은 노동교화형이나 심지어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이어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를 화나게 한 사람은 직급 강등이나 강제노동 등에 처하는데, 최고지도자가 특별히 기분이 좋지 않은 한 이런 일로 누군가 총살당할 가능성은 적다"며 "김 위원장이 이번 일에 화가 나면 몇몇 사람들은 건설 현장이나 농장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매든 연구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매우 사소한 일로 부하직원이 총살당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김정일의 개인 비서가 책상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가 이를 발견한 김정일이 그를 총살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훈련 현지 지도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갈색 외투 소매에는 흰 얼룩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핵전쟁 억제력 강화로써 적들에게 두려움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