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불출마 후 첫 여론조사
지지세 흡수한 安, 34%로 껑충
주춤해진 金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자대결선 金 48% vs 安 40%
당내에선 '주김야안' 기류도
공개적으론 金, 막후에선 安 지지
"결과 누구도 몰라, 둘다 챙겨야"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시행된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율이 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은 ‘불안한 1위’를 지켰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당수 안 의원에게 옮겨간 것이란 분석이다. 초반부터 두 의원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면서 여당 의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주김야안(낮에는 김기현 지지, 밤에는 안철수 지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기현, 2주 연속 1위 지켰지만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26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40.0%가 당 대표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33.9%로 2위를 차지했고, 유승민 전 의원(8.8%), 황교안 전 대표(4.7%), 윤상현 의원(3.2%), 조경태 의원(1.8%) 등이 뒤를 이었다. 결선 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에서도 김 의원은 48.0%로 안 의원(40.8%)을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은 ±4.8%포인트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다.
상승세는 안 의원이 가파르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김 의원은 0.1%포인트 떨어졌고, 안 의원은 16.7%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조사에서 25.3%의 지지율을 보였던 나 전 의원이 제외되면서 지지자 상당수가 안 의원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운 시점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상당수가 나 전 의원에서 김 의원으로 이동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지금까지 남아 있던 나 전 의원 지지자가 안 의원으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23일 엠브레인퍼블릭-YTN 조사 결과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표본이 크지 않다 보니 시점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요동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YTN 조사 대상은 784명, 이번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 대상은 422명이었다.
安 상승세 주목하는 의원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의원의 상승세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개적으로는 김 의원을 지지하면서 막후에서는 안 의원과의 연대도 모색하는 ‘주김야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지역구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양쪽 모두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이 설 연휴 전후로 안 의원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지성호 의원이 안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선언한 데 이어 한 원외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안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실제로 양자 대결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에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로 협력하자는 취지의 연락이 갑자기 늘었다”며 “원내에서는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연락이 오는 편이고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강원, 충청, 부산 등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을 공개 지지하는 현역 의원은 많지 않다. 김 의원 캠프 출정식에는 현역 의원 참석자가 40여 명에 달했지만, 안 의원 출정식에는 4명에 그쳤다. 한 초선의원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김 의원에게 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른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당 대표 경선의 불확실성과 공천을 생각하면 안 의원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배구선수 김연경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야당 지지자들이 김연경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쉬움과 불만을 쏟아냈다.27일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제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며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함께 공유된 사진에서 김연경과 남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고, 김 의원은 두 사람 사이에서 꽃다발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이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이후 김연경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댓글이 쇄도했다. 친(親) 야권 성향의 누리꾼들이 항의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이들은 김연경의 최근 게시물에 "식빵 언니, 우파였나. 실망이다", "2찍 언니 소름. 식빵이나 먹어라", "어떻게 국민의힘을 지지하나. 운동만 해서 그러냐", "김기현 지지가 확실하냐. 그렇다면 지금부터 김연경 안티하겠다", "실망이다. 구독 취소하겠다. 태극기 집회나 나가라"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식빵 언니'는 김연경이 경기 중 욕설하는 입 모양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또 '2찍'은 여당 지지자들을 낮잡아 가리키는 말이다.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정치적 소신을 발언하면 생계를 위협당하는 이상한 나라", "본인 자유 아니냐", "민주주의 외치더니 자기네 정당 아니라고 몰려와서 욕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민주당 지지자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2번 찍었냐. 호감 됐다", "올바른 국가관 응원한다" 등 반응도 내놨다.정치권 인물과 찍은 사진에 '악플 테러'를 당한 것은 김연경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상 2번째 원정 16강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이 같은 달 8일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셀카'를 찍는 모습이 공개된 후 SNS에 악성 댓글이 쏟아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27일 연금 개혁안(국회안)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16명의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에선 국민연금 보험료율 등을 두고 재정 안정론자와 소득 보장론자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려 단일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복수안이 나오면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여론 수렴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자문위는 27~28일 ‘끝장 토론’을 거쳐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금개혁 논의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학계와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이 초안을 마련해 특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단일안보다는 복수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쟁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이다.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쪽에선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이다.자문위 비공개 회의에선 야당 측 선임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방안을 일종의 ‘협상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국회에 제출한 4개 개편안 중 하나이며,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다수안’이라며 발표한 안이다.그러나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위원들은 연금 재정 악화 속도를 감안하면 소득대체율은 최소한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로 여당 측 위원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보험료율만 단계적으로 15~17%까지 올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자문위에선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소득대체율 40%를 전제로 10년 내 보험료율 5~6%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정치권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주장하며 먼저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연금특위 소속 의원들은 당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최근 자당 의원들끼리 연금개혁 토론회를 열었다.여당은 아직 연금개혁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문위와 정부의 개혁안이 나오면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여야가 횡재세 도입,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난방비 폭탄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놓고 사흘째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과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국면 전환용”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언제까지 여당 노릇을 해야 하냐”고 국민의힘의 전 정부 책임론을 비판했다.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국정 운영으로 1000조원이 넘는 빚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또다시 추경을 하자고 한다”며 “난방비 폭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당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이 난방비 폭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이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빚을 내서 재정을 풀자는 주장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고유가로 영업이익이 늘어난 정유사에 세금을 물리자’는 이재명 대표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횡재세는 자원을 직접 채굴하는 기업들에 부과하는 것으로, 국제 시장에서 구매해 생산과 영업을 하는 우리 기업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성 의장은 “에너지가 호황이면 정유사가 횡재세를 내고, 반도체가 호황이면 반도체 회사가 횡재세를 내야 하는 것이냐”며 “본인 사법 처리를 덮기 위해 30조원 추경을 무리하게 주장하다 보니 이런 비논리적인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대장동·백현동 개발이익 의혹을 겨냥해 “횡재세를 내야 할 사람은 바로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5일부터 사흘째 난방비와 관련, 정부의 대응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추경과 횡재세 등을 통해 확보한 7조2000억원으로 소득 하위 80%에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주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난방비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정부 대책을 끌어냈다고 자평하는 동시에 ‘대안 야당’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난방비 대책에 대해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잘하셨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나 매우 부족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또 “여론에 떠밀린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정책이 아니라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추경과 횡재세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기보다 거짓 흑색선전으로 전 정부 탓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윤심 얻기’ 경쟁이 시작된 것 같다”며 “민주당이 언제까지 여당 노릇을 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언제쯤 여당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냐”고 했다.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