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에 "외투기업의 국내 투자에 지장되는 제도 바꿔달라" 공정위엔 "경제부처 아닌 경제 사법기관"…업무보고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경쟁하는 데에 지장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군사 및 경제 안보를 놓고 세계가 블록화되는 추세에서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알아서 국제시장에 나가 뛰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외투(외국인 투자) 기업이 우리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고 국내에 투자하는 데에 지장이 되는 제도들은 발전된 나라들을 보며 바꿔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약속'을 끌어낸 직후 내놓은 지시사항이어서 주목된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유와 인권, 법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도 '자유론'을 폈다.
윤 대통령은 먼저 "헌법의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그것은 '자유'일 것"이라며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현대사회에서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의 자유란 경제적 강자들이 마음껏 돈을 버는 레세페르(laissez-faire·자유방임주의) 형태였으나 현대의 자유는 국민들이 성범죄 등 나쁜 환경으로부터 국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자유, 자아실현의 자유, 문화와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한 적극적인 자유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유가 공동체 안에서 지속 가능하도록 선택한 공존방식이 '공정'이며, 이 공정에 의해 도출된 법과 규범이 책임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은 "공정위와 법무·검찰은 책임을 위반하는 반칙행위를 바로잡아 자유로운 시장과 공정한 질서를 지키는 국가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 장관에게는 "자유를 확장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제협력 없이 이뤄지기가 어렵다"며 "국제화란 글로벌 스탠다드에 우리 제도를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란 기업 지분을 수출해 리스크를 서로 포트폴리오로 해나가면서 기술과 정보를 들어오게 하는 것이므로 투자 활성화가 기업의 해외 진출, 수출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무행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는 "공정위는 경제부처가 아니다"라며 "제일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시장을 효율화하고 기업들이 더 열심히 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조사할 때도 사건 처리 적용 규범과 기간, 결과의 수준 모두 예측 가능하도록 공정위는 경제사법기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은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를 주변에 알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얻으며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대한민국의 비전과 가치는 헌법에 담겨있고 법무부와 공정위, 법제처는 이 같은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행정, 생각의 전환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3·8 전당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25일 만찬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대통령실 등과 각을 세워온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 이뤄진 회동이라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나 전 의원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정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당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박정하·양금희 수석대변인,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배석했다. 식사 메뉴는 육개장, 오삼불고기, 생선구이, 나물, 깍두기 등 한정식이 준비됐다.만찬에 참석한 양 수석대변인의 오찬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먼저 윤 대통령에게 올해 한·미 동맹이 70주년을 맞는 만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또 정 위원장은 "3·8 전당대회에 대통령께서 참석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우리 당원들이 모이고 전당대회라고 하는 좋은 축제니까 가서 꼭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또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잘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양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의 나 전 의원 관련 언급은 없었으며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대해 언급할 경우 당무 개입 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의 관계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 등에 대한 대화도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대신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성과의 뒷얘기 등을 나눴다. 양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UAE 특사가 한국에 와서 직접 만났는데, 그때 투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당시 많은 투자를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갈 때까지 영국이 120억달러, 중국이 50억달러의 국부 투자를 UAE에서 받아 우리는 적으면 50억달러, 많으면 150억달러 투자를 기대하고 갔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어 놀랐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같이 간 각료들과 UAE에서 전체적으로 회의할 때는 얼마를 투자하겠다는 말이 없었는데,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UAE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300억달러 투자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크게 하겠다"고도 약속했으며, 윤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특히 이를 강조했다는 게 양 수석대변인의 설명이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용산 대통령실서 오찬 회동…"앞으로 더 많은 투자 크게 하겠다고 해"'UAE 적 이란' 발언도 설명…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에 "경찰 수사전담 살펴봐야" 3·8 전당대회 참석 요청에 "꼭 참석"…UAE산 대추야자 당에 선물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올해 첫 해외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여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30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300억불 투자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크게 하겠다"고 말했다는 뒷얘기를 소개하며 UAE와 우리나라 간에 많은 투자가 실제로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12시50분께부터 1시간여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오찬에는 당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박정하·양금희 수석대변인,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작년 11월25일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만찬 회동을 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날 오찬에서는 주로 UAE·스위스 순방과 투자 유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에서 전했다. 우선 정진석 위원장이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UAE산 대추야자를 선물한 이야기를 꺼내며 "20년 넘게 국회 생활을 했지만, 대통령 해외순방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분위기를 띄웠고, 윤 대통령은 "UAE 대통령이 굉장히 많은 대추야자를 선물로 주셨다. 여당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선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대추야자 선물 세트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UAE에 실제로 갈 때까지는 영국이 120억불, 중국 50억불 국부 투자를 받았어서 우리는 적으면 50억불, 많으면 150억불 투자를 받지 않겠나 기대하고 갔는데,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300억불 투자를 처음 들었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알아서 해 달라는 게 UAE 이야기라, 용산과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UAE 투자 TF(태스크포스) 플랫폼을 만들어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순방에 동행했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UAE에 이틀간 추가로 남아 있었고 UAE 기업과 우리나라 민간 기업 간에 실제 투자 협정을 맺은 게 7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하면서 "같이 간 중소기업인들이 개별적인 투자 유치까지 있어서 상당히 기뻤다. 앞으로도 기업인도 (순방 때) 같이 나가서 투자유치 기회를 얻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방울토마토 재배 등 스마트팜 사업을 하는 청년 2명이 그 자리에서 150억원씩 즉석 투자를 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앞으로 청년들이 스마트팜과 같은 농업 쪽에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돼 희망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찬에서는 내년 1월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다. 양 수석대변인은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렸고, 대공수사는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해외 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해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대통령은 '해외와 연결돼 있어서 국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것에 대해선 살펴봐야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순방 도중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을 연일 문제 삼는 것과 관련, 해당 발언이 나온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 급등과 관련, 정부가 마련 중인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한 언급과 함께 "이런 부분을 좀 더 꼼꼼히 챙기겠다"는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이밖에 정진석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올해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해'라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정부가 잘 준비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잘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은 공교롭게도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 다음날 이뤄졌으나, 나 전 의원을 비롯해 당권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다만 정진석 위원장이 3월 8일 열릴 전당대회 준비 상황과 컷오프(예비경선) 도입, 개최 장소 등을 설명하며 윤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우리 당의 많은 당원이 모이는 자리이고, 좋은 축제니까 꼭 참석하겠다"고 답했다고 양 수석부대변인은 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 경쟁하는 데에 지장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꿔야 한다"고 26일 밝혔다.김은혜 홍보수석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를 통해 "최근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군사 및 경제 안보를 놓고 세계가 블록화되는 추세"라며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알아서 국제시장에 나가 뛰라는 것은 어려운 주문이다"며 이같이 밝혔다.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외투(외국인 투자) 기업이 우리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국내에 투자하는 데에 지장이 되는 제도들은 발전된 나라들을 봐가며 바꿔달라"고 지시했다.또한 "자유를 확장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제협력 없이 이뤄지기가 어렵다"면서 "국제화란 글로벌 스탠다드에 우리 제도를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투자란 기업 지분을 수출해 리스크를 서로 포트폴리오로 해나가면서 기술과 정보를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며 "투자 활성화가 기업의 해외 진출, 수출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