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리히연방공대에서 ‘양자 석학과의 대화’를 마친 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리히연방공대에서 ‘양자 석학과의 대화’를 마친 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현재로서는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하고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연초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동맹국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 도발에 대비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심각할 경우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한다고 밝히며 한국의 핵무장을 둘러싼 논란이 외교가에 확산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WSJ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정부는 NPT 시스템을 매우 존중하며, 미국과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간 안보협력을 더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WSJ는 “윤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과거 발언을 누그러뜨렸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 움직임과 관련, “한·미·일 간 북핵 위협에 대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대처해나가야 하므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과 협의해 한 번 방문할 생각”이라며 방중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취리히로 이동해 취리히연방공대를 방문하는 등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취리히연방공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 등 세계적인 학자와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곳에서 양자기술 석학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양자기술은 미래산업의 게임체인저”라며 “한국 정부는 미래 국가 전략기술의 하나로 이 퀀텀 사이언스를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석학들이 양자기술 관련 인력 양성 중요성을 조언하자 윤 대통령은 배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인력 지도를 그려서 잘 검토해보라’는 내용의 ‘쪽지 지시’를 하기도 했다.

취리히연방공대 방문을 끝으로 윤 대통령은 6박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무리하고 20일 귀국길에 올랐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UAE 순방 중 300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 48개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 역대 최대 규모 성과를 창출했다”며 “스위스에서는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베스타스, 머크, 노바티스와 8억달러 규모 한국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취리히=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