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 다섯 번째)이 18일 스위스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찬에는 국내 6대 그룹과 글로벌 기업 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다섯 번째)이 18일 스위스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찬에는 국내 6대 그룹과 글로벌 기업 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다보스에서 국내 6대 그룹 총수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국내외 기업인 20여 명과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을 최고 수준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며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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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찬 행사는 다보스포럼을 ‘세일즈 외교를 위한 국가설명회(IR) 자리’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윤 대통령은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도 홍보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에 거의 오지 않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런 윤 대통령의 취지에 공감해 참석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해외에선 IBM, 퀄컴, 인텔, 셸, 네슬레 등 한국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온 기업 CEO들이 주로 참석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등 미국계 금융회사 CEO도 다섯 명 초대됐다. PEF,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이들 금융사의 국내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의 칼둔 알무바라크 CEO도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받은 금융권 CEO 중 유일한 비(非)미국계다. UAE는 최근 한국에 30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내 간판 그룹 총수들과 오찬 행사를 한다고 했더니 참석하겠다는 기업인이 줄을 이었다”며 “초청 대상을 정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영업사원 자처한 尹, “투자해 달라”

윤 대통령은 이날 국내외 CEO들에게 “한국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첨단산업과 인력 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최근의 복합위기를 해결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국가와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며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내외 기업들이 우려하는 노동시장 규제에 대해서도 새 정부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노동 규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 참석한 해외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글로벌 CEO들과 각 기업의 한국과의 인연, 한국 투자 현황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회장에게는 “IBM이 우리나라 초기 컴퓨터 산업과 디지털 산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알무바라크 무바달라 CEO를 윤 대통령에게 데려와 소개하자 웃으며 포옹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제임스 쿨터 공동대표에게는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 관련 국가정책을 산업화로 풀어가려고 한다”며 “시장을 열고 만들어놓을 테니 많이 들어오라”고 권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 한국의 간판 기업들을 세일즈하고, 국내 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시장친화적 경제정책과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다보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