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대남 메시지 촉각…중앙검찰소 사업·평양문화어보호법 논의
北, 최고인민회의 오늘 개최…김정은 참석 여부 주목
북한의 헌법상 최고 주권 기관이자 남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17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12월 26∼31일 열린 노동당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올해 각 분야의 사업계획 및 국가예산안을 추인할 예정이지만,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대외 메시지를 내놓느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부터 수시로 회의장에 나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대외 정책을 발표하고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놓곤 했다.

그는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3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2021년 9월 회의 때도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의사 등 대남 입장을 제시했다.

지난해 2월 회의 때는 불참하고 시정연설도 없었지만, 9월 회의에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 70발가량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무력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한 위협 발언을 내놓으며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형국이어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만약 그가 회의에 참석해 연설한다면 핵무력 강화뿐 아니라 대남·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의미가 있고 내달 8일 군 창건 75주년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앞두고 있어 김 위원장의 불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회의에서는 대내 현안도 두루 논의된다.

회의의 공식 안건은 ▲ 내각의 사업 정형 ▲ 2023년 과업 ▲ 2022·2023년 국가 예산 ▲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 중앙검찰소 사업 정형 ▲ 조직(인사) 문제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중앙검찰소의 사업 실태를 최고인민회의에서 독립 안건으로 다루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 다양한 법의 제정과 그 집행을 통해 주민 통제와 사회 기강 확립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런 흐름 속에서 검찰의 기능과 역할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곡물 생산·유통의 비리를 막기 위한 '허풍방지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으로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 처벌 조항을 둔 것이 대표적이다.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려는 것도 주민들의 '남한식 말투와 호칭' 사용 등 내부 유입되는 외부 문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고인민회의는 보통 하루 일정으로 열렸으나 2021년 14기 제5차 회의부터는 이틀간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보도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 결과는 행사가 끝난 다음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