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과 바라카 찾은 尹…"UAE와 제3국 원전 공동진출"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를 벗어나 서쪽으로 뻗은 왕복 8차선 도로에 들어서면 검붉은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진다. 간간이 송전탑만 보이는 도로를 2시간30분가량 달리면 걸프해 인근에 우뚝 솟은 4개의 원형 구조물이 나타난다. 한국이 해외로 처음 수출한 바라카 원전이다.

원전 사업의 글로벌 기준 제시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16일 사막 한복판에 자리 잡은 바라카 원전을 찾았다.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09년 12월 양국이 한국형 원전 4기(5600㎿ 규모)를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기로 계약한 지 약 13년 만이다. 이미 상업 운전을 시작한 1, 2호기는 현재 아부다비에 필요한 전력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4호기는 내년 완공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동생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부통령 겸 대통령실 장관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해 14분쯤 기다린 뒤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바라카 원전은 한국과 UAE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대표하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양국이 바라카의 성공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 UAE 내 추가적인 원전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 확대된 성과를 창출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빈 방문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저장·포집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3호기가 준공되면서 UAE의 청정 전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원전 사업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 이재용, 만수르와 활짝 웃으며 대화 >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네 번째)이 초청됐다. 이 회장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첫 번째)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아부다비=김범준 기자
< 이재용, 만수르와 활짝 웃으며 대화 >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네 번째)이 초청됐다. 이 회장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첫 번째)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아부다비=김범준 기자
이날 행사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경제 협력을 공고히 다지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반영됐다. 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 130명이 행사에 총출동했다. 특히 우리 기업인 중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동행했다. 바라카 원전 시공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맡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UAE 측에선 만수르 부총리, 칼둔 알 무바락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韓-UAE, 100년 함께할 형제”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리는 바라카 원전은 국내 해외건설 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수주금액이 186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한국 컨소시엄은 13년 동안 원전 건설을 총괄한 한국전력 사장이 다섯 번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당초 계약대로 원전을 건설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전날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300억달러(약 37조원) 규모 투자를 결단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바라카 원전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회담 직후 방명록에 “한국과 UAE는 100년을 함께할 형제”라고 적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은 원전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폴란드 정부와도 원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은 중동 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우리의 수출 영토를 넓혀갈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좌동욱/오형주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