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빈방문에 300억불 화답한 UAE 오일파워…협력강화 '종잣돈'

UAE, '작년 韓 연간 유치총액' 투자 약속…국빈방문 기간 40여개 MOU 체결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실질적인 경제외교 성과를 수확했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투자 유치 총액과 맞먹는 300억 달러(약 37조2천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정상외교를 계기로 양국 정부, 공공기관, 기업 간에 동시다발적인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뤄졌다.

모든 해외 순방의 초점을 비즈니스에 맞추라고 지시했던 윤 대통령이 대규모 '오일 머니'를 유치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고 대통령실은 자평했다.

◇ 원전·방산 넘어 미래 분야 협력까지
윤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중동의 최우방 UAE가 이어온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이미 외교적으로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에 해당한다.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켜 전례 없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 이번 회담 성과로 해석된다.

양국 정상은 특히 원자력, 에너지, 투자, 방산 등 기존의 4대 핵심 협력 분야뿐 아니라 신산업, 보건·의료, 문화·인적 교류와 같은 미래 협력 분야에서도 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해 기존의 원전 인프라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로 전방위 협력을 강화한 성과가 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 관계에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고 긍정적으로 응답하며 남다른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 애초 기대보다 3배 더 많은 투자 유치
UAE가 한국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은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투자 약속은 한국이 14년 전 수주한 UAE의 바라카 원전 4기를 사막 한가운데 차질없이 건설해온 데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프랑스 등이 수주한 해외 원전 건설이 길게는 10년 이상 지연된 사례를 보더라도 공사 기간 준수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애초 한국 측 실무진은 회담을 앞두고 최대 100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3배에 달하는 투자가 깜짝 결정된 셈이다.

이 300억 달러는 양국의 장기 협력 관계에 '종잣돈'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과거 UAE의 유사한 투자 협력 사례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큰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카 원전을 시작으로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이 향후 100년 간 미래를 함께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협력과 우의를 증진하기로 합의한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지난해 유치한 해외 투자가 총 305억 달러"라며 "그런 정도의 투자가 향후 몇 년에 걸쳐 (UAE로부터) 일어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 투자기관과 민간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한-UAE 투자 협력 플랫폼'(가칭)을 구축해 신속한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 40건 넘는 MOU에 "번영과 도약의 발판"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 13건의 MOU가 체결됐다.

전략적 방위사업 협력 MOU, 다목적 수송기 공동 개발 MOU 같은 양국 간의 전통적 협력 분야부터 넷 제로(탄소 중립) 가속화 프로그램 MOU, 한-UAE 우주 협력 MOU 개정 같은 미래 지향적 협력 분야까지 총망라됐다.

KDB산업은행과 UAE 2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간의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MOU, 한국수출입은행과 아부다비 국영 에너지 회사의 금융협력 MOU 등으로 오일머니를 끌어오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날 체결된 MOU에 대해 "한국과 UAE 간에 번영과 도약의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남은 순방 기간 중 한-UAE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기업 간 협력이 추가로 성사되면 총 40건이 넘는 MOU가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무더기로 체결된 MOU와 투자 협약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 성과 드라이브를 거는 윤 대통령에 대한 UAE 측의 예우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강조하던 경제 중심의 정상 외교가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