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처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복리 증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계획에 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내 노조가 노동 약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노 간 착취구조 타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전국 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46.3%인 데 비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불과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이날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우선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규정된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이행하도록 다음달 말까지 자율점검을 시행한다. 정부가 노조의 재정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일괄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노조법 14조에 따르면 노조는 사무실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 회의록, 재정 장부·서류를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9일 노조에 해당 의무를 이행하라는 안내문을 일괄 발송하고, 다음달 31일까지 자율점검 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자율점검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노조가 관련 서류를 미제출하거나 일부 누락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점검 대상은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단위노조와 연맹·총연맹 등 253곳이다. 상급단체별로 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136곳,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65곳, 미가맹 47곳 등이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회계감사 결과를 외부 공표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노조 대표자는 6개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원이 회계감사를 실시하도록 해야 하나, 그 결과는 내부 조합원에게만 공개한다.

정부는 노조가 입맛대로 뽑던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회계감사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선출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절차와 관련한 규정이 없어 사문화됐던 ‘회계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 공표 규정도 보완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확보해준다.

곽용희/좌동욱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