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정치권이 진통을 겪었던 지난 15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의원들을 불러모았다. 초선과 재선 등으로 나눠 의원들을 돌아가며 만났다. 하지만 여기서 예산안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참석한 의원들은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 대표 투표 때 당원 비중을 70%에서 100%로 올려야 한다’며 설득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 같은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연내에 개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무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선호도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 성향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에 16일 비윤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차례에 걸쳐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9 대 1이니 10 대 0이니 해봐야 눈총만 받는다”며 “(친윤의 대통령) 심기 경호 능력에 20% 정도 가산점을 부여하라”고 비꼬았다. 이어 “원래 정치권에서 이상한 결과를 만들고 싶을 때 가산점 제도를 활용한다”며 “그렇게 차근차근 해나가면 총선에서 이기는 거 빼고는 다 마음대로 된다”고 꼬집었다.

당원 투표가 지닌 한계도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원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해 당 대표 투표를 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며 “동시에 두 당을 못 찍는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역선택 가능성은 당원투표에 오히려 존재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무원과 군인의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어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표심을 당원 투표에 담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전 의원도 윤 대통령이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냐’고 말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SNS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징역 22년 확정판결 중 공천개입이 2년형”이라며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할 공무원은 바로 대통령이다.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전대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공포증)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과 초선 의원 간 만남에서 최재형 의원이 전대 룰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지는 등 비윤계의 반발은 조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