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내년도 예산안 협의를 위해 12일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내년도 예산안 협의를 위해 12일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세 및 법인세, 월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이른바 ‘국민 감세안’을 들고나왔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는 단 1%포인트도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정치권에선 “야당 감세안은 단독 수정안 처리를 염두에 둔 명분 쌓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野 “소득세 최저 구간 100만원 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부수법안, 소위 조세 부담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국민 감세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막판까지 고수하자 민주당 차원의 독자적인 감세안을 마련해 ‘역공’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의 감세안은 소득세와 법인세, 월세 세액공제(조세특례제한법) 등 3대 패키지로 구성됐다. 소득세는 최저세율(6%)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재 ‘12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확대하도록 했다. 1400만원 이하인 당초 정부안보다 과세표준 구간을 100만원 더 늘린 것이다. 추가 감세 규모는 7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월세 세액공제 역시 정부안 대비 공제율을 높였다. 정부안은 시가 3억원 미만 주택에 거주하는 총급여 7000만원(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 등의 세액공제율을 10%에서 12%로 상향(총급여 5500만원 이하 등은 12%→15%)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세액공제율을 15%(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7%)로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인세에 대해선 과세표준(영업이익) 5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세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춰주는 정부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고세율을 낮추지 않으면 2조5000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를 막는 효과가 있어 세 가지 감세안이 예산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민 감세 3법'으로 역공 나선 민주당…수정안 단독처리 명분쌓나

與 “법인세 타협안 받아야 대화 가능”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주당의 제안에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낮출 수 없고 (과세표준) 5억원 구간을 10%로 낮추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이미 제시된 안”이라며 “국민의힘은 법인세(최고세율)를 1%포인트라도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 방침에 대해선 “말은 서민 감세라고 하는데 그 효과나 영향은 더 따져봐야 한다”며 “결국 민주당 주장은 표를 노린 포퓰리즘이라고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예산안 협의를 위해 이 대표를 방문, “법인세에 관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인 김진표 국회의장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예산을 원활하게 타결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며 “저희도 준예산으로 가는 사태는 절대로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야당이 김 의장이 제안한 법인세 타협안(세율 인하 2년 유예 후 시행)이라도 받아야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며 “이미 정부가 양보해 제안할 것은 다 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하를 두고 여야 입장 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체 감세안을 마련해 수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가 열리면 지출 예산과 부수법안을 민주당안으로 통과시키고 정부안은 부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제외한 상당 부분에서 정부안과 차이를 좁힌 만큼 막판에 여당과 ‘주고받기식’ 논의를 통해 극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법인세 인하 불발 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소위 부자 감세를 피하면서 투자 유치를 촉진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반도체·배터리 등 투자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주/고재연/설지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