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친교 차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친교 차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외국 정상과의 차담 자리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꼰 모습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지난 7일 정치개혁 준비된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정준모)의 페이스북 페이지 '블루 다이아'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전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김 여사는 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꼬고 있는데, 외교 결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차담을 하고 있다. 모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차담을 하고 있다. 모두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글 작성자는 "MBC 기자는 대통령실에서 파는 실내화 신고 있으면 예의가 없고 김 여사는 타국 주석과의 만남에 슬리퍼 신고 다리 꼬고 접대해도 되는 것이냐"며 "대타 대통령 선출한 2찍(대선 당시 기호 2번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투표한 것을 이르는 멸칭) 국민들 좋으시겠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차담이 이뤄진 청와대 상춘재는 당초 슬리퍼를 착용하는 장소로, 윤 대통령과 푹 주석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다리를 꼬는 것 역시 외교 무대에서 종종 포착돼 왔던 자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함께 다리를 꼰 것만 봐도 그렇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 여사의 슬리퍼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걸까.

지난달 18일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에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답변에 현장에 있던 MBC 기자는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면서 고성으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대답 없이 집무실로 들어갔고, 이후 MBC 기자는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취재진 등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이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며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게 된 배경이다.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촉발된 불씨는 정치권에서 확전을 거듭하다 MBC 기자의 '복장'으로 옮겨붙었다. 당시 MBC 기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었는데, 여야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의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두고 장외에서 격돌했다.
MBC 기자(오른쪽)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MBC 기자(오른쪽)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무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흡연실에도 슬리퍼 끌고 나오지는 않는다"(김기현 의원), "슬리퍼 신고 난동을 부렸다"(권성동 의원),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배현진 의원), "(박근혜 정부) 대변인 시절 모든 출입 기자들은 넥타이도 갖추고 정자세였다"(김행 비대위원),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과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김종혁 비대위원) 등의 비판이다.

민주당에서는 여당이 불필요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신발을 던진 것도 아니고 신발을 신었는데 그게 왜 문제인가"(박용진 의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기차 안에서 구둣발을 올렸는데도 사과하거나 성찰하지 않았다"(정청래 의원), "언론 탄압보다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인가"(임오경 의원), "슬리퍼를 신었다는 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