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좀처럼 설화(舌禍)를 일으키지 않는 정치인이다.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일정한 선을 지키고, 과격한 발언은 삼간다. 그런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으로 여권을 뒤흔들어놨다. 지난 4일 한 지역 행사에 참석해 당권 주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특히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과 MZ세대(20·30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면서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을 인물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주자들 처지 따라 다른 목소리
당장 영남권 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네 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갑)도 5일 라디오에 출연해 “당원들이 봤을 때는 원내대표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자꾸만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수도권에 기반을 둔 주자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주 원내대표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보수층 지지만으로 이길 수 없다. 중도와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썼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도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사람, 뚝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온 사람, 수도권과 중도 및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의중 반영됐나
논란이 커지자 주 원내대표는 5일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국회 의석 절반 이상을 가진 수도권에서 선거 승리를 견인해 낼 수 있는 분, 우리의 미래인 MZ세대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분, 공천관리를 민심에 맞게 합리적·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분, 이런 조건을 갖추거나 가까이 있는 분이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단순히 주 원내대표 개인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004년 이후 18년간 의정 활동을 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내기도 한 베테랑 정치인이 파장을 예상치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알려져 해당 발언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생각이 원내대표의 입을 빌려 표출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 밀어주기?
모든 당권 주자를 묶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이 ‘제3의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결국 윤 대통령의 성에 차는 후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며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한동훈에게 있다는 것을 띄웠을 때 국민과 당원 반응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려면 책임당원 자격을 갖춰야 한다.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책임당원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내년 3월이 유력한 전당대회에 나서려면 한 장관은 이달 안에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친윤과 비윤’ ‘반유승민’ 등으로 굳어지는 당대표 경선 구도를 흔들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향점 없이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차기 당대표가 수도권과 MZ세대를 겨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선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시행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관련 법안이 야당 반대에 막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서다.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2024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7일 열릴 법안소위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아 7일 소위 상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정기국회가 9일 끝나는 만큼 연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내년부터 주 8시간 연장 근로는 불법이 된다.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직원 수 3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1주일 52시간에 더해 8시간의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2018년 영세 사업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 도입했다.올해 일몰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8시간 추가근로제를 2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감안했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로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법안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 환노위 재적 의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은 9명이다.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6개 중기 관련 단체는 이날 열린 ‘중소기업 노동 규제 개선 촉구 대토론회’에서 우려를 쏟아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건실한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등 현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등 경직적인 노동 규제가 업계 생사를 가르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양길성/강경주 기자 vertigo@hankyung.com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현재 거론되는 당대표 후보들이 "성에 안찬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그는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 관저를 두 번 갔다 왔다"며 "아주 신중한 분인데, 지금 당대표로 나온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하면 결국 윤 대통령의 성에 차는 후보는 한동훈인가"라고 말했다.박 전 원장은 "윤심(尹心)이 한동훈에 있다는 것을 띄워서 국민과 당원 반응을 들어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에서 개최된 '아시아포럼21' 초청포럼에서 당 대표에 출마했거나 예상되는 인물로 황교안,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권성동, 나경원, 권영세 의원 등을 언급했다.그리고 "당 대표 후보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으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주 원내대표가 밝힌 차기 당대표의 3가지 조건은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으며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이를 듣고 한 장관이 떠올랐다고 했다. 현 부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제가 보기에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현 부원장은 ‘한동훈 당대표’에 관해 “가시권에 들어온 것 같다”며 “사실 대통령 되는 것보다 당대표 되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한편 한동훈 장관이 당대표 후보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한 장관 테마주로 평가받는 오파스넷은 지난 2일 기준 지난달 1일 대비 41.68% 급등했다.오파스넷은 신동훈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부방(14.96%), 극동유화(6.44%), 토비스(4.94%) 등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또 대표적 보수 관련주인 대구 경북 방송국 티비씨(033830)도 한동훈 법무부장관 관련주로 주가가 상승했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내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수도권 대표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특히 영남권 당권주자들은 해당 발언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 강연에서 차기 당 대표와 관련해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을 열거한 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며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윤심'이 실린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남권 당권주자들은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4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 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갑)은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를 향해 "당원들이 봤을 때는 원내대표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자꾸만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직격했다.반면 수도권 출신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보수층 지지만으로 이길 수 없다. 중도와 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사람, 뚝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온 사람, 수도권과 중도와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