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가 '수도권 대표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특히 영남권 당권주자들은 해당 발언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 강연에서 차기 당 대표와 관련해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윤상현·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을 열거한 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며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윤심'이 실린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남권 당권주자들은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4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 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갑)은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를 향해 "당원들이 봤을 때는 원내대표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자꾸만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반면 수도권 출신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보수층 지지만으로 이길 수 없다. 중도와 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사람, 뚝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온 사람, 수도권과 중도와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