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022 카타르 월드컵 해설진
MBC 2022 카타르 월드컵 해설진
'지구촌의 축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MBC의 시청률이 지상파 3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정부·여당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MBC를 응원하겠다는 의도로 소위 '월드컵 MBC 시청 운동'도 포착된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경기가 진행된 지난 3일 방송사별 시청률은 MBC가 1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SBS 11.2%, KBS2 4.4% 순으로, 도합 32.5%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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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가나의 2차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시청률도 MBC가 2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SBS 12.8%, KBS2 6.3% 순으로 나타났다. 도합 39.1%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지난달 24일 역시 MBC의 시청률이 18.2%로 가장 높았다. SBS 15.8%, KBS2 7.7% 순이었다.

MBC는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 SBS는 배성재 캐스터와 박지성·이승우 해설위원, KBS2는 이광용 캐스터와 구자철·한준희 해설위원으로 해설팀을 꾸렸다.

이같은 MBC의 시청률 선전은 4년 전 러시아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매우 고무적이다.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F조 한국의 첫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 시청률은 KBS2가 17.0%로 동시간대 가장 높았다. 이어 SBS 12.5%, MBC는 11.4%로 3위였다.

MBC가 시청률 선두를 달리는 것을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신청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 인터뷰에서 진행자에게 "월드컵도 MBC라고 하지 않나. 얼마나 국민들이 MBC를 성원하냐"고 했다.
사진=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페이스북 캡처
사진=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페이스북 캡처
이태원 참사가 청와대 이전 탓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던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최근 페이스북에 MBC가 월드컵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면서 "MBC 전용기 배제 효과? 언론탄압에 맞서는 국민들!"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안 봐도 MBC 그냥 틀어 놓자. 시청률 63%까지 올리자. 국민들의 저력이 무엇인지 작은 것부터 실천"이라는 글이 포착된다. 소위 '월드컵 MBC 시청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야권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월드컵을 MBC를 통해 보는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과 대적 중인 유일한 방송국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조건 MBC에서 봐야 한다", "집에 사람이 있던 없던 경기를 보든 안 보든 예약 설정으로 MBC 틀어 놓는다", "MBC 틀어 놓으면 도움이 되겠죠?" 등 반응도 확인됐다.

MBC와 정부·여당 간 불화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MBC가 최초 보도하면서 본격화됐다. MBC는 당시 윤 대통령 발언에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란 자막을 넣어 보도했는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MBC가 자막 중 국회 앞에 미국이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전 세계를 상대로 악의적인 거짓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한 후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한 후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여파로 대통령실은 지난 11월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과 관련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공개 설전으로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도중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이유'에 대해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MBC 기자는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해당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 간 설전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