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후 역풍 불까 '벙어리 냉가슴'…불만 누르며 "공식입장 없다"
"이중규제에 비용과다로 스타트업 진입장벽 높아져…빈익빈 부익부도 가속"
플랫폼 업계, 데이터보호 강화 입법에 '침묵 속 우려'
정보기술(IT) 업계는 1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여파로 데이터센터 임차인에게도 데이터 보호 조치와 보고 의무를 부여한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자 그 여파가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 관문을 넘어 국회 법제사법위 자구 심사와 본회의 통과만 남긴 만큼 관련 업계는 향후 시행 시기를 추산하며 대비에 들어갔다.

포털을 비롯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입을 닫았지만, 데이터센터 유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진 만큼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 역시 공식 입장을 자제한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국민들의 비판적 시선이 플랫폼과 데이터센터 업계에 집중된 상황인 만큼 합리적인 항변도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불만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들 법안이 '이중 규제'이면서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플랫폼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지상파 방송사업자·종편방송사업자와 자유 경쟁시장에서 성장한 부가통신사업자를 같은 법체계에서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기존에 있던 정보통신망법과 중복 규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너무 성급하게 법을 추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제 막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일수록 이런 우려와 부정적 시각이 더 컸다.

데이터 이중화 등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중복 투자 우려도 있는 만큼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사업자 간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가통신사업자는 "인프라 비용이 두 배로 뛸 것"이라고 보면서 "대기업들은 버틸 수도 있겠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부가통신사 관계자도 "재난을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을 적절히 보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정안이 의도하지 않게 국내 데이터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입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운영 매뉴얼이 까다로워진 만큼 데이터센터 관리가 더욱 철저해진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