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전우와 참호에…백마고지서 돌아온 故김용일 이등중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지난 7월 백마고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고(故) 김용일 이등중사로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21일 신원 확인 소식이 전해졌던 고 편귀만 하사와 같은 참호(개인호)에서 70년 동안 함께 있다가 발굴돼 연속으로 신원이 파악됐다.
발굴 당시 두 군인의 유해는 나란히 붙어 있었고, 주변에서 M1 소총 등 유품 91점이 나왔다.
김 이등중사 유해는 참호에서 웅크린 자세로 가슴 부위에 팔을 모은 모습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머리뼈 위에 철모, 발뼈에는 전투화 밑창, 정강이뼈에는 고무링이 둘러매어져 있는 등 유품들이 생전 착용 위치를 유지한 모습이었다.
가슴에 모인 아래팔뼈 안쪽에서 고인 성명이 선명히 새겨진 인식표가 발견됨에 따라 신원을 특정하고 친손자의 유전자와 비교,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편 하사 유해 역시 머리와 가슴을 앞으로 숙인 채 다리를 구부려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발굴됐다.
함께 발견된 만년필에 새겨진 편 하사의 이름이 식별돼 신원이 특정됐다.
김 이등중사와 편 하사는 국군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6∼15일 치러진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했다.
당시 9사단과 중공군이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을 바꿔가며 6·25전쟁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를 펼쳤고, 9사단은 12차례 공방전 끝에 고지 확보에 성공했으나 김 이등중사와 편 하사는 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김 이등중사는 충북 괴산에서 6남 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근 마을에 살던 배우자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가 막내딸 출생 한 달 만인 1952년 3월 육군에 입대, 먼 길을 떠났다.
친손자 김정덕 씨는 "아버지가 3살 때 할아버지가 입대하셔서 아버지도 기억에는 없으셨지만, 할아버지를 매우 보고 싶어 하셨다"며 "손자인 제가 장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이등중사의 신원확인 통보 행사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기 부천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다.
국유단은 유해 신원 확인에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며 전화(☎ 1577-5625)나 인근 보건소·보훈병원·군병원 등으로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나 거동 불편, 생계 등 이유로 방문이 어려우면 국유단이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2000년 4월 시작됐고 지금까지 전사자 20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백마고지에서는 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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