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해임안에 탄핵도 거론·與 '국조 보이콧' 만지작…당론 채택은 유보
'윤석열표·이재명표' 예산 공방 속 외생 변수 돌출에 법정 기한 내 처리 난망
이상민 해임 vs 국조 보이콧…여야 '예산 D-3' 대치 속 숨고르기(종합)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사흘 남긴 29일 여야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공식화한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강하게 부딪쳤다.

민주당이 참사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달 2일 처리하겠다고 압박하자,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보이콧' 카드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여야의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좀처럼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도 법정 기한인 12월 2일은 물론 올해 정기 국회가 끝나는 같은 달 9일까지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면 탄핵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은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부실, 무능 대응, 책임 회피, 축소·은폐와 거짓말까지, 국민적 분노와 유가족의 절규를 대신한 것"이라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 때처럼 또 국민과 국회의 뜻을 무시한다면 지체 없이 탄핵소추안까지 추진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한 상황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논리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임건의에 대해 "국정조사에서 엄격히 책임을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자고 합의해 놓고 그냥 정쟁에만 활용하고 어쨌든 정권이 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우리는 국정조사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며 "기존 합의는 파기 수순"이라고 밝혔다.

여야와 대통령실이 첨예한 대치 전선을 형성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가 각각 '윤석열표', '이재명표' 예산 공방을 벌이면서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추진에다 국정조사 보이콧이라는 외생 변수가 돌출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더 험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해임 vs 국조 보이콧…여야 '예산 D-3' 대치 속 숨고르기(종합)
다만, 오전까지만 해도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듯했던 여야는 오후 들어 잠시 상황을 살피며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3선 이상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긴급 중진 의원 회의에서는 애초 예상과 달리 국정조사 보이콧에 대해 당장 방침을 정하지 않고 야당 측 입장을 더 살피기로 결론이 났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민주당 (해임안 제출이) 원내대표단에 위임돼 있고 확정적으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 언제 내겠다고 밝히지 않은 상태라 저희도 지금은 (보이콧 여부는) 입장 유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당초 전망과 달리 '30일 해임건의안 제출'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대신 해임건의안 혹은 탄핵소추 등 방식과 시점을 원내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향후 대통령실 또는 여당(의 움직임), 국회에서의 의사 일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서 적절하게 시점과 방식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전히 '30일 해임건의안 발의' 카드가 '제1의 선택지'라는 입장이지만, 예산안 처리 문제 등과 연계해 해임 건의안 발의 시점이 애초 계획보다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예산안 심사 일정 등이 복잡하게 얽힌 국회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예산안 처리 불발 및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등에 대해 여야 모두 책임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핵심 사업 예산에 대한 야당 측의 삭감 추진에 전날 파행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이날 오후 재개됐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및 공공기관장·대통령 임기 일치 법안에 대해 연말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3+3 정책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이날 합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