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이어 野 김한정도 발의
'인허가 간소화' 첨단산업특별법
일부 의견 좁혀…처리 속도 낼듯
29일 법안심사소위 통과 가능성
투자 대기업 세액공제율엔 '이견'
4개월째 표류하던 반도체 특별법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제출한 반도체 특별법을 ‘대기업특혜법’ ‘지방소외법’이라며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반도체 특별법을 마련해 발의하면서 여야가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힌 만큼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발목 잡기’ 부담 느낀 민주당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반도체 특별법 통과 요구가 커지면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법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 조성 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점에서 양 의원 제출 법안과 큰 차이는 없다. 김 의원안엔 인허가 요청으로부터 60일이 지나도 처리 결과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인허가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양 의원안엔 반도체학과 등의 경우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와 관계없이 증원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지만, 김 의원안에서는 빠졌다. 일부 의원이 수도권 특혜라며 반발했던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수도권 정원 규제 안에서 다른 학과 인원을 조절해 반도체학과 증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관련 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이견을 좁힌 만큼 국회 산자위는 2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첨단산업특별법을 병합 심사하기로 했다.
‘대기업 특혜론’은 여전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진 데 반해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양 의원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 대기업에 제공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현행 6%에서 2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에는 30%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반면 김 의원안은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0%로 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기업에 20%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지나친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로 비칠 수 있다”며 “민주당 안에서는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지원 격차를 벌렸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율을 높일수록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기획재정부도 대기업 세액 공제율을 20%까지 높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양 의원안이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는 2조697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는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까지만 상향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논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해외에선 파격 지원 쏟아져
단순히 세수 감소 효과에 주목하기보다는 세계적인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경쟁 중이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 등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25%의 세액공제 등 파격 혜택을 내세우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임직원 3600여 명의 목소리를 모아 하나의 ‘인공지능(AI) 보이스’로 제작했다. AI 보이스는 회사가 제작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콘텐츠의 성우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임직원들의 목소리로 전달하겠다는 취지다.삼성전자 DS 부문은 임직원 개개인이 녹음한 목소리를 AI 딥러닝 모델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로 만드는 ‘내일을 만드는 보이스’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임직원이 지난 9월부터 모바일 기기로 녹음한 음성 데이터는 6주간의 학습과 데이터 최적화를 통해 음원 합성 모델로 재생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향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노력을 얘기할 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목소리로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임직원 역시 이번 캠페인의 기획 의도에 동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외 법인 임직원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캠페인을 진행해 영문 보이스를 제작할 계획이다.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8월부터 ‘내일을 만드는 내 일’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지속가능경영의 취지를 알리고 있다. 회사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ESG 개념과 지속가능성의 가치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온라인 강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하는 ‘ESG 라운지 토크쇼’ 등을 열고 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430억유로(약 60조원)가 투입될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 추진에 최종 합의했다. 지난해 불거진 반도체 칩 부족 등 공급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자립’을 내세우며 올초 추진한 법안이 드디어 결실을 볼 전망이다.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의 가장 큰 난관을 극복했다”며 “마침내 반도체칩법 합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전 세계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올초 반도체칩법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일이 걸렸다. EU는 이번 합의를 통해 역내로 간주할 수 있는 반도체 공장과 국가의 범위를 확대 승인하기로 했다.EU는 다음달 열리는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이번 합의안을 승인한 뒤 유럽의회와의 조율을 통해 최종 추진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독일 광학 전문 업체 자이스(Zeiss)가 한국에 전자현미경·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다. 이와 함께 4년간 480억원을 투자해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한 고삐를 죈다.정현석 자이스코리아 대표는 23일 경기 동탄 '자이스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내년 개소를 목표로 전자현미경 연구개발 시설(RMS)과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PCS) 등을 건립하고 있다"고 말했다.자이스코리아는 현재 고객사와 함께 부지 선정 등 R&D 센터를 짓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풍부하게 구축된 한국에서 고객사와 최대한 가까운 지역에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자이스가 전자현미경 R&D 센터를 짓는 건 독일 본사 외에 한국이 최초다. 반도체 R&D 센터 역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처음이다. 전자현미경 R&D 센터에선 반도체와 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는 계측 제품 등을 고객사 맞춤형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반도체 R&D 시설에선 반도체 제조사와 함께 신규 솔루션을 개발한다.자이스코리아는 오는 2026년까지 한국 시장에 총 48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여기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이스 투자 유치에 성공한 150억원도 포함돼 있다. 지난 3년간 이 회사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50억원 안팎이다. 1986년 한국에 설립된 자이스코리아는 의료기기, 광학 및 전자 현미경, 반도체 마스크 제품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은 자이스가 진출한 100여 개의 국가 중에서 4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