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표류하던 반도체 특별법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제출한 반도체 특별법을 ‘대기업특혜법’ ‘지방소외법’이라며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반도체 특별법을 마련해 발의하면서 여야가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힌 만큼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개월 표류 반도체 특별법, 접점 찾나
‘발목 잡기’ 부담 느낀 민주당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반도체 특별법 통과 요구가 커지면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법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 조성 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점에서 양 의원 제출 법안과 큰 차이는 없다. 김 의원안엔 인허가 요청으로부터 60일이 지나도 처리 결과를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인허가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양 의원안엔 반도체학과 등의 경우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와 관계없이 증원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지만, 김 의원안에서는 빠졌다. 일부 의원이 수도권 특혜라며 반발했던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수도권 정원 규제 안에서 다른 학과 인원을 조절해 반도체학과 증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관련 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이견을 좁힌 만큼 국회 산자위는 2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첨단산업특별법을 병합 심사하기로 했다.
‘대기업 특혜론’은 여전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진 데 반해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양 의원안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 대기업에 제공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현행 6%에서 2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중견기업은 25%, 중소기업에는 30%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반면 김 의원안은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10%로 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기업에 20%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지나친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로 비칠 수 있다”며 “민주당 안에서는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지원 격차를 벌렸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율을 높일수록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기획재정부도 대기업 세액 공제율을 20%까지 높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양 의원안이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는 2조697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는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8%까지만 상향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논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해외에선 파격 지원 쏟아져
단순히 세수 감소 효과에 주목하기보다는 세계적인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경쟁 중이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 등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25%의 세액공제 등 파격 혜택을 내세우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