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내년에도 주한미군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핵위협에 대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국방장관의 의회 보고 규정도 신설했다.23일(현지시간) 미 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국방예산을 다룬 국방수권법안(NDAA) 심사를 마무리해 상·하원 본회의로 각각 넘겼다.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대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올해 NDAA 수준인 2만8500명으로 명시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NDAA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규정을 제외했다가 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했다.내년 NDAA에는 북한의 군사력 확장억제와 관련한 별도 항목이 포함됐다. 하원 군사위는 “지난달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위를 포함해 모든 범위의 미국 방위 자산을 한국에 사용하는 확장 억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이어 “두 정상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며 “연합방위태세를 높여 억제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하원 군사위는 또 “국방장관이 내년 3월1일 이전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고 EDSCG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미 국방장관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래 통합방위태세 강화 방안도 보고하도록 했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미 군사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강력한 억제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다.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헬기로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주한미군을 격려하고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브리핑을 받았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밝혔다.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처음 방문한 부대가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부인 캠프 험프리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미 군사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강력한 억제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윤 당선인은 이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러캐머라 사령관 예하 전 장병들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배 대변인은 밝혔다. 윤 당선인은 "평택은 튼튼한 한미동맹의 상징입니다"라는 방명록도 남겼다.러캐머라 사령관도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한다"고 화답하며 한미 간 '철통 동맹'(Iron-clad allianc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러캐머라 사령관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제공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의 굳건한 의지를 밝혔다고 주한미군 측은 별도 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는 캠프 험프리스 기지 조성을 가능하게 한 한국 국민에게 감사의 뜻도 전했다.윤 당선인은 윌라드 벌러슨 미8군사령관, 소프지 기획관리참모부장 등과 함께 '정전협정의 방'을 관람하고 환담한 뒤 장병식당에서 제2보병사단 한미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윤 당선인과 장병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며 직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식사 뒤 쏟아진 한미 장병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일일이 화답하기도 했다고 배 대변인은 밝혔다.캠프 험프리스는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미8군, 제2보병 사단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핵심 기지다. 현재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 본부도 연내 이곳으로 이전해 올 예정이다.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인 시절 용산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당선인이 주한미군 평택기지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한편 윤 당선인은 서울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하던 중 경로상에 위치한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 전경을 상공에서 둘러봤다. 윤 당선인은 공장 전경을 살피며 "반도체 산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첨단 산업들을 더 발굴하고, 세계 일류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등 광대한 규모의 반도체 공장 시설에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윌러드 빌러슨 미 8군사령관이 아파치 가디언(AH-64E) 공격헬기 부대를 방문해 직접 헬기 시뮬레이터 조종을 했다. 주한미군을 총지휘하는 폴 러캐마라 사령관에 이어 주한미군 육군의 사령탑인 빌러슨 사령관까지 북한 지휘부 타격이 가능한 부대를 방문하며 미국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제2항공전투여단은 17일 페이스북에 “빌러슨 사령관이 새로운 AH-64E 헬기가 배치된 것을 보기 위해 제2전투항공여단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베넷 준위가 빌러슨 사령관에게 한반도에서의 AH-64E의 전투준비태세 능력과 임무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2항공전투여단은 빌러슨 사령관이 아파치 헬기의 시뮬레이터를 조종하고 임무보고를 받는 사진도 공개했다. 아파치 헬기는 북한의 지휘부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이른바 ‘참수작전’에 쓰이는 무인기 그레이 이글(MQ-1C)과도 연동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미국은 지난해 11월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 계획을 담은 ‘글로벌 배치 태세 검토’를 발표하고 한반도에 순환 배치해 온 아파치 헬기 부대를 주한미군에 상시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홈페이지에 담화문을 올리고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들을 도발로 매도하고 있는 미국이 새 전쟁 장비를 계속 끌어들이고 있는 건 이중기준의 극치이며, 대(對)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발로”라며 “미국은 남조선에 순환 배치한 미군 아파치 직승기 대대와 2보병 사단 소속 포병 여단을 상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주한미군의 대북 압박 행보는 최근 계속되고 있다. 앞서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4일 군산 제8전투비행단을 시찰하고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점검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JDAM은 북한의 핵심 시설 타격에 쓰는 무기다. 러캐머라 사령관에 이어 빌러슨 사령관까지 연이어 북한 겨냥 전력을 공개하고 나서며 무언의 대북 압박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