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행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행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시행안에 합의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뒤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이후 6년 만이다.

국정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문에서는 국정조사 대상으로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실 기구와 경찰청, 소방청, 서울 용산구,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등이 포함됐다. 대통령경호처는 여당 요구대로 제외됐다. 국정조사 기간은 민주당이 60일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안대로 45일로 정해졌다. ‘2023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을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반적으로 여당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민주당 9인, 국민의힘 7인, 비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다. 국정조사특위 구성과 함께 ‘대통령 임기 종료 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 일치를 위한 법률안’의 여야 정책협의체도 꾸리기로 했다. 관련 내용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한발씩 물러선 여야

민주당은 지난 3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줄곧 요구했다. 21일에는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국회에 국정조사 계획안을 제출했다. 국정조사로 참사 이슈를 최대한 길게 끌고가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에 여당은 ‘선 수사, 후 조사’ 원칙을 반복했다. 경찰 수사를 먼저 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21일 의총 때만 해도 이 같은 방침을 당론으로 모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논란이 길어져 국정에 부담이 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3일 의총에서 국정조사 수용으로 선회했다. 예산안 심사에서 최대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은 데 따른 결과다. 여당이 국정조사에 불참하면 야당 입맛대로 증인 채택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국정)조사 대상을 줄이거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실리를 취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국정조사에 불참하면 정부 협조를 끌어낼 수 없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국정조사 대상과 기간 등에서 여당 주장을 대폭 수용한 배경이기도 하다.

증인 채택 두고 갈등 예고

국정조사에는 합의했지만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 증인 및 참고인 채택과 자료 제출 등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선 국정조사가 정쟁만 유발할 것이란 주장이 계속 나온다.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은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일”이라며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물타기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조사 수용을 둘러싼 내홍도 감지된다. 이날 의총에는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핵심 인사가 불참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의원 4~5명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양길성/전범진/맹진규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