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오스트리아는 소프트파워 강국…경제·문화 협력땐 시너지 클 것"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첨단 제조업 중심의 수출 지향적인 경제 구조이고,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존중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국가가 경제·문화 협력을 확대한다면 강한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한국의 정치·경제·문화계에 오스트리아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올해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기업인과 문화예술인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오스트리아는 고종 재위기인 1892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조선과 수교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오스트리아가 한국 기업의 유럽 내 생산기지로 좋은 입지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도 특히 안정적인 정치·사회 환경에 자동차 부품 등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거 분포하는 등 훌륭한 제조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한국이 4.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 오스트리아는 3.2%로 7위”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최근 북한의 도발은 남북 양측과 모두 수교를 맺고 있는 오스트리아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영구 중립국이지만 유엔의 북한 경제 제재나 EU의 러시아 제재 등에도 동참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시 개막 행사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번에 전시된 많은 작품 가운데엔 조선 고종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의 수교를 기념하며 보낸 갑옷과 투구도 있다”며 “130년의 시간 동안 견고하게 이어진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친분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가장 애정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특히 한국과의 문화 교류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는 미술과 클래식 음악 등 전통예술에서, 한국은 K팝과 드라마 등 대중예술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만큼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문화가 한층 발전하는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1월 3~4일 한국에서 공연하고, 빈에선 지난 5월 주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이 개원하는 등 양국 간 문화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스트리아 정부는 민간 교류를 포함한 한국과의 문화 외교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오스트리아 정부도 수백 년 된 관저나 궁정 건물 여럿을 개방하고 있다”며 “국민은 역사의 일부였던 건물들을 내밀하게 살피고 싶은 욕구가 있고, 이는 정부가 충족시켜야 할 역사를 향한 건강한 호기심이기도 하다”고 했다. 오스트리아는 300년 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거주하던 호프부르크 왕궁을 지금도 총리 관저로 사용하며, 부분적으로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샬렌베르크 장관은 20년 이상 경력의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2019년 오스트리아 인민당에 입당한 뒤 외교장관에 선임됐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사임한 지난해 10월에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할 적임자로 인정받아 약 2개월 동안 오스트리아의 28대 연방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글=전범진/성수영 기자/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soul54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