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와 폭격기 12대가 6일 오후 시위 성격의 편대 비행을 했다.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대규모 편대 비행을 한 것은 이례적으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군용기는 비행 중에 공대지 사격 훈련도 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는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의 동해 재출동에도 북한이 각종 군사 도발로 맞서면서 한국·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軍, F-15K 등 30여 대 대응 출격

北, 전투기 8대·폭격기 4대 시위 비행…軍, 30여대 즉각 대응출격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군용기 12대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약 1시간에 걸쳐 황해도 곡산 일대에서 황주 방향으로 비행했다. 이들 군용기는 특히 우리 군이 북한 상공에 설정한 ‘특별감시선’ 이남으로 시위성 비행을 했고, 특정지역에서 1시간가량 공대지 사격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시선은 군이 신속한 대응을 위해 설정한 선으로, 전술조치선(TAL)에서 북쪽으로 수십㎞ 떨어져 있다. TAL은 북한 전투기가 이륙 후 불과 3~5분 이내에 수도권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20~50㎞ 북쪽 상공에 가상으로 설정돼 있다. 이날 북한 군용기는 TAL은 넘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합참은 “우리 군이 F-15K 전투기 등 30여 대를 즉각 출격시켜 압도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군용기들이 편대 비행과 공대지 사격훈련을 한 것은 최근 1년 사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레이건함의 재출동과 이날 이뤄진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의 연합훈련 등에 대한 무력시위로 분석된다.

북한이 편대 비행을 펼치는 동안 한·미·일은 동해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2시간가량 진행했다.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 또 발사

북한은 또 이날 오전 6시1분에서 6시23분 사이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도 쐈다. 비행 궤적상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로, 두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다양한 미사일을 새로운 장소에서 발사해 유사시 미사일 섞어 쏘기를 시험하고,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시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발사 장소로 삼석구역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는 삼석구역은 평소 북한이 평양에서 미사일 발사 장소로 주로 활용하는 순안비행장에서 동쪽으로 떨어져 있다. 평양 주요 도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유사시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미가 맞대응으로 순안을 원점 타격하더라도 삼석 등 다른 지점에서 재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한·미, 한·미·일 연합 대응 방침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7차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감행하려는 전초라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잇따른 대응은 결국 핵무기 고도화의 명분을 한·미의 행동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의 도발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군 당국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출동시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