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략연 보고서…"북중러 삼각공조, 미국의 경각심만 높일 것"
"북, 잇단 도발로 신냉전 구축 노린 '새 행위자' 부상 시도"
북한이 지난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등 잇단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 형성을 노리고 이런 질서 구축을 위한 새로운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안제노 연구위원은 5일 '최근 북한의 대중·대러 접근과 한반도 정세'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열흘 사이 5차례 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것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이며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속셈 때문"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대 중국·러시아 사이의 갈등으로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의 국제질서 변화를 바탕으로 기존의 고립 탈피 전략을 넘어 한반도에서의 신냉전 구도 형성에 기여하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며, 지난달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된 '핵무력 정책 법안'은 북한의 이런 전략을 잘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외교적 군사적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봤다.

이러한 북중러 삼각공조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게 만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게 함으로써 제재 완화 효과를 누리게 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축소돼 독자적 대미관계 형성의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지 혹은 폐지시키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반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데 중국·러시아와 연루로 인해 미국의 경각심만 높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는 북중러 삼각공조가 북한 체제의 위기와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며 "국제경제 질서가 서방세계의 금융질서와 자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류협력 강화만으로는 체제를 지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비핵화 회담을 재개하는 동시에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체제를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