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발사한 건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북한의 도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美 괌기지 타격능력 과시한 北…핵실험 '레드라인' 넘나
괌 미군 전략자산 겨냥
4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한 직후인 지난달 25일을 시작으로 이달 1일까지 1주일간 네 차례에 걸쳐 일곱 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다. 4일엔 IRBM 한 발을 발사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된 IRBM이 사거리, 고도 등으로 볼 때 2017년과 올해 초 발사한 ‘화성-12형’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은 북한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일본 아오모리현 상공을 통과한 뒤 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은 지난 1월에는 IRBM을 정상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상 각도(30~45도)로 쏘면서 태평양까지 보냈다. 비행거리 4500㎞는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 전략자산이 발진하는 괌을 넘어서는 거리다.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될 미군 증원 전력을 억제·제압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2017년 8~9월 ‘화성-12형’ 발사 전 김낙겸 당시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괌 주변 해상의 포위사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이뤄진 도발”이라고 말했다.
7차 핵실험 위한 ‘마이웨이’
북한이 핵실험으로 이르는 마이웨이를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IRBM에 이어 ICBM, SLBM을 발사한 뒤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이후인 오는 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인 11월 7일 사이에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춤하던 행보를 거둬들이고 전력 질주를 시작한 것 같다”며 “한·미·일 연합훈련이 끝난 지금 더 고강도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은 결국 핵능력 확보를 위해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이번 도발은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 검증을 위한 시험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면 향후 북한이 IRBM뿐만 아니라 ICBM 성공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전투기 정밀 폭격 대응
북한의 미사일 도발 뒤 공군의 F-15K와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서해상으로 공격편대를 이뤄 출격했다. F-15K는 서해 직도사격장의 가상 표적에 공대지 직격탄 두 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을 했다. 군당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타격할 능력과 응징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IRBM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양국 국방장관은 이번 북한의 IRBM 발사를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또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 동맹의 대응 태세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연이은 통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대응 과정에서 협력 방안 등을 논의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