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반송 처리하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서면 조사에 응하라고 통지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감사원이 감사 중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질문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들어갔다. 2020년 서해에서 표류하다가 북한군 총격에 숨진 뒤 시신이 불태워진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엔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한 불쾌감을 보이며 이메일을 반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질문지 수령을 거부했고, 감사원이 보낸 이메일도 반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까지 조사하겠다는 감사원의 태도에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SNS를 통해 “온갖 국가 사정 기관이 충성 경쟁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다. 유신 공포 정치가 연상된다”며 “권력 남용 끝에는 언제나 냉혹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퇴임한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해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 보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이 진정 촛불을 들길 원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3일 국회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모인 ‘초금회’도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반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월북으로 몰아 명예 살인까지 자행된 사건”이라며 “국민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문제, 월북으로 규정한 과정 등의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맞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