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을 기초로 만족스러울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법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가 준비한 조치를 즉각 이행하겠다”고 경고했다.
85분간 IRA·금융안정 방안 등 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확대회의실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취임 후 처음으로 접견했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은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방한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길어진 85분가량 진행됐다. 한·미 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 문제, 경제 안보와 주요 지역 및 국제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고, 군사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이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IRA와 관련한 한·미 정상 간 합의를 다시 확인했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한국산 자동차의 차별은 한·미 FTA 정신에 비춰 부당하다는 사실을 장시간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창의적 해법을 찾겠다”고 한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은 지난 27일 일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보다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을 위한 협의도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접견 이후 브리핑을 통해 “필요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양국 정상 차원의 합의 사항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장치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과 미 중앙은행(Fed)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DMZ 방문…“철통같은 방위”
이날 접견은 북한이 석 달 만에 무력도발을 재개하고 사흘 새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직후에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전날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에서 11월 7일 사이”라고 보고하는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차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심각한 도발 시에는 한·미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응조치를 긴밀한 공조하에 즉각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순방 중 불거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 “미국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속어 논란이 한·미 동맹의 균열로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