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안 내던 건강보험료를 새로 내게 된 사람이 2년 새 1.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약 2만5000명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었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세인 가운데 소득이 없는 은퇴자와 노인층의 건보료 부담만 무거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건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인원은 2만551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만9521명) 대비 30.7% 늘어난 수치다. 2019년(1만6545명)과 비교하면 1.5배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피부양자 탈락 인원이 1만2489명으로 가장 많다. 경기에서는 지난해 5927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잃어 건보료를 새로 냈다. 건보 피부양자 탈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주택 공시가격 급등이 꼽혔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부모나 자녀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피부양자의 소득 및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건보료를 산정하는 기준 중 하나인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1% 급등했다. 200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집값 급등세가 본격화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시행으로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지난해 전국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세종(70.3%)에서는 건보 피부양자 탈락 인원이 2020년 115명에서 지난해 23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공시가격이 19.6% 오른 부산도 피부양자 탈락자가 537명에서 825명으로 약 1.5배로 증가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소득이 적은 주택 소유자들이 각종 복지 지원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 대상자 선정 등 60개 이상의 복지 제도에서 지원 기준으로 활용된다.

지난 4년간 상승하던 집값이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소득 없이 집 한 채 있는 은퇴자와 노인층은 건보료 납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서민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무리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겹치며 건보 탈락자가 늘어난 만큼 저소득층의 관련 부담을 완화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