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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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교관들의 만 27세 미만 성인 자녀들에게까지 외교관 여권을 지급하고 있는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외교관 자녀의 나이 기준을 '만 18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위 문턱을 넘지는 못 하고 있다.

김 의원이 27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전 부처 및 기관에서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은 만 18세 이상 공무원 자녀는 603명이었다. 18세 이상의 나이로 외교관 여권을 받은 외교부 공무원 자녀는 2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교부에서는 27세 이상 성인 자녀 2명도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국방부(83명), 경찰청(45명) 등에서도 18세 이상 자녀가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다.

현행 여권법은 법 조항이 아닌 시행령에서 외교관 여권 대상자로 외교부 공무원 및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다른 국가공무원 본인 및 배우자와 27세 미만의 미혼 자녀, 생활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해외에서 사법상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등 각종 특혜를 받는다. 외교관들이 국가를 대표해 공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인 자녀에게까지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중국·러시아·스페인·스위스 등은 18세 미만의 자녀에게만 외교관 여권을 지급한다. 미국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에게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만 27세 미만 자녀에게도 외교관 여권을 발급해주고 있다. 외교부에서는 현행 외교관 여권 발급 자녀의 나이 기준은 학업 및 군 복무 등의 사유로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지는 나이를 27세로 보는 국민연금법 제9조를 준용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여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동반 자녀의 연령을 법적 투표 가능 연령인 '만 18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가 진행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당시 외교부는 "부양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자녀 또는 생활능력 없는 부모 등 부양가족이 관용여권과 외교관여권을 발급받지 못할 경우 현지 동반과 체류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해외근무 공무원이 본연의 외교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홍걸 의원은 "동반이 필요한 부양가족인 경우 당연히 외교관 여권발급이 필요하지만, 생활능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27세 이하의 성년 자녀까지 외교관 여권이 발급되는 것은 현재 사회기준으로 맞지 않다"며 "불필요한 특혜 의혹이 없도록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과 기준을 법제화해서 명확하게 시스템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