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간사 둘이 처리한 '418조 결산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2021년 정부 결산안을 처리했다. 세입총액 438조원, 세출총액 418조원에 이르는 부처와 각종 기금의 지난 한 해 씀씀이를 국회가 들여다보는 마지막 자리였다.

전체회의에서는 형식적인 논의만 이뤄지고 실제 검토는 소위원회에서 하는 국회 구조상 해당 의안은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이 10여분간 설명하는 것을 끝으로 별다른 논의 없이 통과됐다.

문제는 이 같은 예결산이 전체회의 이전에도 제대로 심의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해당 의안은 지난주 여야 간사 2명이 마주앉은 가운데 검토를 끝내고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기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6~7명의 의원이 함께 논의해 처리할 사안이었다. 막판에 기재위가 역할을 못해 결산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칙 심의는 후반기 국회 원 구성 2개월이 지나도록 기재위 소위가 구성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지난 16일 여성가족위원회 소위가 구성되면서 기재위는 18개 국회 상임위 중 유일하게 소위를 꾸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각종 정부 세제 개편안을 심의해야 할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를 놓고 여야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 속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을 관할하는 기재위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재위의 여야 정책 조율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부 발표대로 법인세 감세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며 “올해 종부세 과세 기준도 확정하지 못한 기재위가 어려운 경제를 걱정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