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지적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지적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을 두고 공세를 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의 영상이 보도되기 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영상을 사전 입수하고 공개석상에서 비난을 쏟아낼 수 있던 배경을 밝히라는 목소리다.

국민의힘 ICT미디어진흥특위는 지난 25일 '민주당 기획, MBC 제작인가? ‘정언유착’ 의혹 진상을 밝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둘러싼 민주당과 MBC의 유착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위는 "해당 영상의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시점은 한국 시각 9월 22일 목요일 오전 9시 39분이었다"며 "언론 이외는 그 이전 시간에는 알 수 없지만, 박홍근 원내대표가 해당 영상을 거론하며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내용', '막말' 운운하며 비난한 것은 정책조정회의 시작 3분 만인 9시 33분"이라고 했다.

특위는 "또 현근택 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포럼 퇴장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통령 발언이 촬영됐다'는 글을 게재한 것은 9시 37분"이라며 "그리고 10시 7분, MBC가 유튜브를 통해 [오늘 이 뉴스]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목의 1분 12초짜리 동영상을 최초로 올렸다"고 했다.

이어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보도유예가 풀리기 전 '문제의 영상' 존재를 알았냐"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MBC가 영상의 대화 내용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에 추가 확인 없이 멋대로 자막을 달아서 보도했다. 이 오독된 MBC 자막 내용이 보도도 되기 전 민주당에 흘러 들어간 의혹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는 논란보다, 민주당이 보도도 되지 않은 동영상과 잘못된 발언 내용을 어떻게 알고 정치공세에 이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단순한 대통령 폄하를 넘어 외교 문제까지 비화시키고,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늘어놓는 MBC 역시 오보 책임에 앞서 기자들의 신사협정인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전 유출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MBC 제3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같은 의혹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단 영상은 외부 유출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타사 기자들은 단신이나 동영상 제작을 하지 않던 상황에서 어떻게 오독한 자막 내용의 비속어 발언 정보가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오전 9시께 들어갈 수 있었냐"고 지적했다.

제3노조는 "모든 언론사가 발언 내용의 명확성, 대통령의 프라이버시, 외교적 파장 등을 놓고 고심할 때 왜 우리 디지털 뉴스는 해당 음성을 세 번 후미에 반복하는 '악의적 편집'의 동영상을 만들어 냈느냐"며 "먼저 박홍근 의혹부터 해명해야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을 만들어 단정적으로 자막을 내어 방송하도록 결정하는 과정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며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언론의 보도유예(엠바고) 해제 시점 이전이었다는 게 국민의힘과 MBC 제3노조가 문제 삼은 지점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26일 대통령실 출근길 회견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