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이론가 최병천 "민주당 '친기업 진보주의'로 가야"
“더불어민주당은 ‘억강부약(抑强扶弱: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 대신 대기업을 장려하는 ‘친기업 진보주의’ 노선을 지향해야 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5년 뒤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다수파 정당’이 되려면 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개혁보수 유권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소장은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서울시장 정책보좌관과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내며 20년 넘게 진보 진영에 몸담아온 이론가다. 이달 초 출간한 저서 <좋은 불평등>을 통해 진보 진영의 불평등 담론과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의 문제점을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인 억강부약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등 감세정책을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면서 “억강부약이라는 정치의 초보적 원리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위쪽 것을 빼서 아래에 나눠주자는 억강부약을 비롯한 한국 진보의 경제관은 상층의 성공을 약탈의 결과로 규정하는 계급론적 접근을 핵심으로 한다”며 “이는 오랜 반독재·민주화 투쟁으로 내면에 찌든 비주류적, 저항세력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을 적대시하며 소기업 보호에 치우쳤던 진보 경제정책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라는 원리로 논박했다. 최 소장은 “규모의 경제는 경제 성장과 소득 상승, 부가가치 증가, 기술 상향, 고기술 등과 연동된 경제학적 법칙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더욱이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환경에서는 부강부약(扶强扶弱)으로 강자건 약자건 모두의 상향 이동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규제 완화와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를 통한 ‘중부가가치 기업’ 육성을 제시했다. 최 소장은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져야 가난한 노동자계급 자녀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기업이 대학의 투자·운영 주체가 되는 ‘기업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진보와 완전히 다른 해법을 내놨다.

최 소장은 “진보는 국가·기업·개인의 경쟁력 강화를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진보가 압박하고 보수 정부가 집행한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은 고(高)기술 경제로의 진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국면에서 아주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과 지급 대상 100% 확대’ 주장에 대해선 “정무적·정책적으로 전혀 지혜로운 접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기초연금을 연금제도의 중심축으로 가져가면 청년 등 후세대에 ‘증세 폭탄’이 너무 강력해진다”며 “자칫 ‘최저임금 1만원 인상’보다 정치적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