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코이카 단원 봉사…현지 직업기술대 학생에 한식 등 조리법 전수
영상 제작해 전송, 현지 강사가 실습 지원…"배움 열정 코로나도 막지 못해요"
셰프 꿈꾸는 라오스 청년들의 '원격 요리선생님' 강동석씨
"셰프를 꿈꾸는 라오스 청년들이 배우려고 하는 열정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감히 막지 못했죠."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단원 강동석(62) 셰프는 지난 3월부터 라오스 캄무안 직업기술대 학생 20여 명에게 원격으로 한식은 물론 양식과 제빵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캄무안은 한국을 강타했던 태풍의 이름이 인용된 '힌남노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강 셰프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영상을 보고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거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자랑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강생인 마이 피빤냐 학생은 "원격 교육을 통해 다양한 메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요리사의 꿈을 더 키울 수 있게 됐다"고 강 셰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 셰프는 2018년 코이카 해외 봉사단원으로 오세아니아의 멜라네시아에 위치한 국가이자 영 연방국 솔로몬제도에 파견됐다.

이곳 솔로몬 국립대 관광경영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요리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020년 3월 활동 중 급히 귀국했고, 그 사이 코이카 사무소도 폐쇄돼 더는 요리 교육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철수 당시 솔로몬 국립대 관광경영학과 학과장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고, 학과장은 귀국한 강 셰프에게 돌아와달라는 연락을 지속해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출국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자신이 신뢰를 깬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강 셰프는 "재파견이 어려워져 원격 봉사가 이뤄졌다"며 "솔로몬제도 대신 라오스 캄무안 직업기술대를 배정받아 활동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고 밝혔다.

셰프 꿈꾸는 라오스 청년들의 '원격 요리선생님' 강동석씨
원격 교육은 그가 제작한 조리법 영상을 코디네이터(대학 강사)가 받아 학생들을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메뉴 선정, 재료 구매, 촬영·편집을 거쳐 영상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공을 들이고 있다.

상반기까지는 한 달에 한 개 메뉴를 만들었는데, 하반기 들면서 매주 1개의 영상을 제작하려고 노력한다.

강 셰프는 "9월 현재 18개의 한식·양식 요리 영상을 만들어 제공했어요.

'K-컬처'가 뜨고 있는 현지 학생들의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죠. 12월 말 봉사활동이 끝날 때까지 10여 개 메뉴를 더 알려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밥, 비빔밥은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식자재와 양념으로 맛을 내게 했고, 메밀국수는 닭고기를 고명으로 올리고 고추장이 아닌 간장을 가미해 맛을 내게 하는 등 현지에 맞는 한식 조리법을 가르쳤다.

닭고기를 이용한 '치킨 샐러드', 얇은 팬케이크(크레이프), 피클, 마요네즈 등을 만드는 방법도 전수했다.

그는 "앞으로 갈비찜이나 갈비구이 등 한식을 비롯해 양식(파스타 등), 케이크, 머핀 등을 만들 수 있도록 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완성된 음식을 들고 웃음 띤 모습으로 시식하는 학생들 사진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셰프는 "원격 요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실무에 바로 투입될 조리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내용으로 씨파이완 폼마쏜 직업기술대 부총장이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며 뿌듯해했다.

식당을 경영하면서도 봉사 활동에 나서는 그는 '배려'를 강조했다.

"봉사란 배려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다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내 부족함이나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오랜 경력의 양식 조리장으로부터 도제식으로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롯데월드, 호텔, 미8군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셰프 꿈꾸는 라오스 청년들의 '원격 요리선생님' 강동석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