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추진 중인 특검법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연일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의 ‘키맨’으로 꼽히는 조 의원의 반대에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조 의원은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의 특검법 추진에 대해 “그동안 국회에서 특검을 10여 차례 했는데 어떤 경우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한 적은 없다”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특검으로 추진하는 건 굉장한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비교섭단체 소속인 조 의원은 특검법 통과를 좌우할 인물로 꼽힌다.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려면 상임위 재적 위원(18명) 중 5분의 3인 11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10명이다. 조 의원의 동의 없이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한 셈이다.

조 의원이 특검법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 출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들끓었다. 박범계 의원은 “조 의원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런 투, 그런 식의 발언들이 민주당을 인기 없게 만드는 핵심 비결”이라며 되받았다. 박 의원은 재차 “민주당 덕택으로 의원 되신 것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며 “‘배우자를 건드리는 것은 쪼잔하다. 퉁치자’ 이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13일 “제일 쪼잔한 게 부인에 대한 정치”라며 “여야가 합의해 퉁칠 건 퉁치자”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함께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특검법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금 여러 여건을 보면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재선의 조응천 의원은 박 의원 발언에 대해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은 당연히 조정훈 의원이 찬성할 것을 염두에 두고 발의한 것”이라며 “조 의원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