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 개정 시도가 10년 새 세 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지 않는 의원입법이 많이 늘어나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경제신문이 21대 국회 전반기(2020년 6월~2022년 6월) 입법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 4법(상법 회사 편·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외감법) 개정안 발의는 총 177건(연 89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역대 최대치다. 기업 4법 개정안 발의는 20대 국회(총 227건, 연 57건) 대비 56.1% 증가한 수준으로 18대(총 127건, 연 32건)와 비교하면 10년 새 세 배가량 급증했다. 21대 국회 들어 매년 90여 건의 기업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 관련 법 발의는 의원입법 증가세와 비례한다. 18대 국회에서 115건이었던 기업 4법에 대한 의원입법은 20대 국회에서 221건으로 두 배로 증가했다. 21대에는 전반기에만 172건에 달했다. 전체 기업 4법 발의 중 의원입법 비중은 93.8%나 됐다.

발의 법안은 대부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나타났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대 국회(2016년 4월~2021년 12월)에서 발의된 기업 4법 개정안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규제 강화가 384건으로 전체의 73.7%를 차지했다.

가결법안의 규제 강화 비율은 더 높았다. 20~21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로 통과된 기업 4법 중 규제 강화 항목은 전체의 83.1%(118건)에 달한다. 감사위원회 위원 1인 이상 분리 선출을 의무화하고 ‘3% 룰’(최대주주 등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이사 성별 할당제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기업경영 영역에서 무분별한 법 개정 시도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원입법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부 입법에 비해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주 대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경제 관련 법안이 정부 입법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제도적으로도 의견 수렴 절차를 보장한다”며 “비전문가에 의한 입법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입법의 전후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