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세번째)과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두번째)
시멘트 가격 기습 인상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세번째)과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두번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달부터 시멘트가격이 11~15% 인상된 것을 놓고 대립 중인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가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정부, 국회, 경제단체의 '빅샷(거물)'들이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내달 10일 전국적인 조업 중단(셧다운)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간 장외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연탄 가격 사상 최고치…윤핵관에 親시멘트계 의원들 포진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 회장(쌍용C&E 대표)은 지난 6일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 위원장을 만나 시멘트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2년간 7배 이상 급등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시멘트업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유연탄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점도 시멘트업계의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실제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6일 현재 톤당 465.81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463달러를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하던 유연탄 가격은 지난 5일 463.25달러를 기록해 연이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윤관석 위원장에게 전세계 시멘트업계 역시 유연탄 등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시멘트 가격 현실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톤당 2만5000원인상한 수준이지만 미국, 일본, 유럽의 경우 톤당 4만~5만원씩 상승해 그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왼쪽)과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오른쪽)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장(왼쪽)과 윤관석 국회 산자중기위원장(오른쪽)
시멘트업계가 어려울때 국회를 찾는 것은 윤석열 정부 실세 가운데 지역구에 시멘트 공장이 있는 국회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강릉)엔 아세아시멘트 계열사인 한라시멘트 공장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국회 산자중기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그의 지역구인 동해와 삼척엔 각각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 공장과 삼표시멘트 공장이 있다. 인수위원 출신인 유상범 의원 지역구(영월)엔 쌍용C&E와 한일시멘트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 공장이 있다. 이들은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시멘트공장을 자주 방문하다보니 시멘트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시멘트회사에 연간 250억~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시멘트세'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이를 막아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작년 시멘트업계 기금조성 협약식에 참석한 권성동, 이철규, 유상범 의원.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작년 시멘트업계 기금조성 협약식에 참석한 권성동, 이철규, 유상범 의원.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중기중앙회장, 산업부 장관도 나서…대통령 나서야 끝날까

시멘트업체가 5개 업체로 구성된 것과 달리 레미콘업체는 전국에 900여곳이 포진해 있어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역대 중기중앙회 임원이 레미콘업계에서 많이 나온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레미콘업계는 중소기업계 대표 경제단체인 중기중앙회와 공동 대응을 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2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700여명의 레미콘업체 대표들을 집결해 시멘트 가격인상에 대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참석해 레미콘업계 지원과 중재 역할을 다짐했다. 중기중앙회는 시멘트값 인상 논란에 대해 이달 중순 출범할 대통령 직속 상생특별위원회 1호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7일엔 이창양 산업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갖고 레미콘업계가 건의할 기회를 줬다. 이 자리에서 김영석 레미콘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 시멘트시장의 94%를 과점하고 있는 5개 대기업 시멘트사들의 기습적·일방적 가격 인상으로 업계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며 "시멘트 원자재 구매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산업부는 시멘트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모니터링해주길 요청한다"고 이 장관에게 건의했다.

건자재업계에선 시멘트값 인상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가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산업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중재도 큰 효과가 없었다"며 "대통령실이나 상생특별위 등이 중재 역할을 하면서 양측이 조금씩 양보를 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