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무겁고 착잡한 심정…국민과 당원에 진심으로 사과"
권성동 "당 위기 수습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노력…민생 챙겨야"
첫회의서 전원 기립·고개숙인 與비대위…'반성·혁신' 한목소리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일성은 반성과 혁신이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18일 첫 회의에서 주호영 위원장을 필두로 전원이 기립해 머리를 숙여 일련의 당 내홍 상황에 대해 당원과 국민께 사과했다.

회의장에는 '혁신과 변화로 거듭나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적힌 새 '백드롭(뒷걸개)'이 걸렸다.

주 위원장은 "첫 비대위 회의인데 마음이 대단히 무겁고 착잡한 심정"이라며 "정당에 있어서 비대위는 가급적 구성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비대위가 정식 출범하기에 앞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먼저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올리면서 시작하고자 한다"며 최근 당의 내홍 상황을 하나씩 언급했다.

그는 "갈등과 분열이 생기고, 그걸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법정까지 가게 된 일, 민생을 잘 챙겨 유능한 집권당이라는 인식을 국민들께 조기에 드리지 못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있었다"며 "새 정부를 제대로 견인해 조기 안착시키고 신뢰받도록 하는 데도 소홀함이 있었다.

국민과 당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 위원장이 "우리 모두 잘못했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취지로 인사를 드리고 시작했으면 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제안하자 비대위원들은 전원이 기립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은 권성동 원내대표도 무거운 표정으로 "하루빨리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이 위기일수록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민생에서 성과를 낼 때 우리 당은 국민의 지지를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당의 혼란을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된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첫회의서 전원 기립·고개숙인 與비대위…'반성·혁신' 한목소리
다른 이들도 차례로 반성문을 써 내려갔다.

당 안팎의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회의 분위기는 시종 엄숙했다.

엄태영 위원은 "비대위 최우선 과제는 당의 소모적 갈등을 즉각 중단시키고,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비상한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석 위원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두 축인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대위는 처절한 심정으로 돌아가 당 내부 문제를 조속히 추스르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혜 위원은 "변화는 멈춤 없이 지속돼야 한다.

변화를 위한 국민의 갈망을 끝까지 안고 가야 한다"며 "도로 자유한국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남 몫으로 비대위에 합류한 주기환 위원은 "인선 발표 후 호남에서 당의 개혁을 위해 힘써달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호남에서 우리 당의 정신과 보수의 가치를 뿌리내리고, 확산하는 역할에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비대위원들 역시 한목소리로 변화와 쇄신을 다짐했다.

1980년대생인 최재민 강원도의원과 이소희 세종시의원은 비대위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임명됐다.

최 위원은 "우리 당에서 정치를 배우고, 지역에서 발로 뛰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당과 정치의 변화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국민의 피로감만 가중하는 소모적 정쟁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당이 쇄신하고 안정될 수 있도록 모두가 제 역할과 책임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대위에서는 기록적 폭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도 나왔다.

엄태영 위원은 "수해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피해 복구가 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고, 조기에 (정책을)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첫 회의 이전에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려 했지만, 수해 복구 때문에 참배를 미뤄달라는 현충원 측 요청으로 참배는 다음 회의 전에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