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설물 파손 등 아니면 사후 제재 어려워"…금지 방침으로 논란 더해
광화문광장 '집회불허' 방침, 인근 집회인파에 유명무실
서울시가 이달 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광장이 열린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는 일이 벌어졌다.

광복절인 15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은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8·15 일천만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화면세점과 광화문 교보빌딩, 서울시의회 앞 도로 등을 사용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이 장소들이 집회 인파로 가득 차면서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밀려들었다.

이들은 광장 안에서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이어 구국동지회가 세종대로 앞을 행진하는 등 시위 인파가 몰려들자 광화문광장 일대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광장 밖에서 개최된 집회 인파가 광장 안으로 밀려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16일 "광장 내를 사용하겠다고 신고한 것도 아니고, (참가자 개개인이) 지나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거기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누구나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인데 특정인이 아예 못 들어오게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고, 시설물 파손 등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경찰 수사 요청 같은 사후 제재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역시 평소대로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큰 소란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는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앞두고 광장 사용·관리 조례에 따라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을 위한 행사만 승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했으며 엄격하게 심사해 집회·시위로 번질 수 있는 행사는 걸러내기로 했다.

시 방침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광장 신청을 거쳐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사용 허가 영역은 광장 북측의 육조마당(2천492㎡)과 세종대왕상 앞 놀이마당(2천783㎡) 2곳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자문단의 검토가 필요한 행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광장 내 집회 규제 방침이 정해진 뒤 시민단체 등은 집회의 자유를 막는 위헌적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광복절 집회처럼 광장을 신고 없이 점유한 집회에 사후 제재 방법도 없어 집회 금지 조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화문광장 '집회불허' 방침, 인근 집회인파에 유명무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