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구상' 세부안 공개…北자원-식량 교환프로그램(R-FEP) 제시
"비핵·개방·3000, 경제에 국한…이번엔 정치·군사 종합플랜"
"비핵화 초기 협상 과정서부터 경제지원 조치 적극 강구…과감한 제안"
대통령실 "정치·군사 로드맵도 준비"…'北제재완화 카드' 거론(종합2보)
대통령실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된 대북(對北) '담대한 구상'과 관련,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 대북·통일정책의 목표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경제적 지원책을 담았지만,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정치분야 평화정착 조치도 같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즉 '담대한 구상'은 경제·군사·정치 3대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플랜이라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 맞춰 단계적인 체제안전·보장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주로 경제적 보상에 초점을 맞췄던 이명박(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비핵·개방 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실 "정치·군사 로드맵도 준비"…'北제재완화 카드' 거론(종합2보)
김 차장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며 일명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을 제안했다.

과거 국제사회가 이라크의 석유를 사주는 대가로 식량을 공급한 '석유식량교환 프로그램'(Oil for food program)에 착안해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식량·생필품 공급을 연계하는 구상이다.

김 차장은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가 도출되면 동결·신고·사찰·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북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가동할 것"이라며 "인프라 구축·민생개선·경제발전 등 3가지 분야에서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들이 이행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부적으로 ▲ 인프라 분야에선 발전소·송배전·항만·공항 현대화 ▲ 민생개선 분야의 농업생산성 향상·병원의료체계 현대화 ▲ 경제발전 분야의 교역활성화 및 국제투자·금융 유치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비핵화 방안이 시도됐고 몇 차례 합의도 도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며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확인되기도 전에 반대급부만 제공된 적도 있었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정치·군사 로드맵도 준비"…'北제재완화 카드' 거론(종합2보)
윤석열 정부는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2019년 하노이회담에서도 당시 북한 지도부가 가장 관심 갖고 질문했던 것은 유엔제재의 완화방안이었다"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지금 이행되고 있는 유엔제재 결의안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북한 광물자원이 안보리 결의에 의해 제재대상에 올라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측과도 사전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비핵화 협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미국 행정부도 현재 엄격하게 이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조치에 대해 마음을 열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협상의 '3D 원칙'을 거론하면서 "대북 억지(Deterrence)는 유지된다.

안보리 제재를 이어가며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핵을 단념(Dissuasion)하도록 설득하고 무엇이든 만나서 대화(Dialogue)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엔 "'비핵·개방 3000'이 경제에 국한한다면 이번에는 정치와 군사를 포괄해 준비한 종합적 플랜"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핵·개방 3000'이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이후 '행동 대 행동' 교환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 먼저 경제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북한 체제안정 조치와 관련한 액션플랜을 묻자 "다 있다"라면서도 "군사·정치 조치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해야 서로의 진의를 파악하고 식별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