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악재로 지지율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62분이었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3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사와 철학이 빠진 영혼 없는 당정’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했다. 당정 주요 인사는 최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파장을 살피고 있다. 갖가지 논란 끝에 9일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시동을 건 국민의힘 체제 전환 작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핵관, 열세지역 출마하라”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며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돌림의 대상이 된 저에게 어떤 사람도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인간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 등을 통해 자신의 대표 복귀가 막힌 상황과 관련해선 “한 사람을 몰아내려고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고,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 승리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하면서도 윤리위 징계의 원인이 된 성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본인의 성비위 사건에 최측근이 7억원 투자각서를 썼다면 진실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라며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고 잠시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이고 염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독대 사실 공개이 대표는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도 공개했다. 두 사람의 독대를 부인한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 △북한 방송 개방 △국민의 인터넷 사이트 접속 통제하는 HTTP 차단 해제 △카카오톡 메신저 검열 중단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내용은 다 어디로 가고 두서없이 북한 방송 개방 관련 내용만 단편적으로 통일부 업무보고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과 나 사이에 오간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6월 초 우크라이나 방문은 대통령실과 박성민 비서실장만 알고 있었는데 출국 며칠 전에 한 유튜브 채널(가로세로연구소)에서 나를 출국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돌아오는 윤 대통령을 환영하러 나갈 때도 일부러 수행비서에게까지 숨기며 공항에 가는데 택시 안에서 언론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안착에도 악재이 대표 기자회견으로 더 악화된 당 내홍은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법원 심리가 열리는 17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최근까지 이 대표와 접촉을 시도하며 타협을 모색했지만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평가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무효화돼 당은 대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가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우겠다. 더 많은 당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다음주에 공개하겠다”며 전면전에 나선 만큼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여론전을 통해 비대위와 차기 지도부에 계속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지난 주말에도 70%가 넘는 권리당원 득표율을 기록하며 독주를 이어갔다. 14일 발표된 1차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렸다. 전당대회 일정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후보의 낙승으로 경선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이 후보는 지난 6일 순회 경선 시작 이후 이날까지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 73.28%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박용진 후보(19.90%)를 53%포인트 넘게 앞서고 있다. 3위 강훈식 후보는 6.83%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충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70%를 웃도는 득표율을 보였다. 강 후보 연고지인 충남에서는 이 후보가 66.77%를 기록했고 강 후보가 17.29%로 깜짝 2위를 차지했다. 박 후보는 15.95%로 처음으로 2위 자리를 내줬다.격차가 초반부터 크게 벌어지면서 이 후보가 낙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25%가 반영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두 차례 실시되는데, 1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79.69%의 압도적 성적을 거뒀다. 박 후보는 16.96%, 강 후보는 3.35%에 그쳤다. 이 후보 측은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등을 합산한 목표 득표율을 60% 이상으로 잡았는데, 80%대 득표율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다.1위 주자인 이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는 탓에 전당대회 흥행엔 빨간불이 켜졌다. 남은 흥행 카드로는 박용진·강훈식 후보 간 단일화가 있지만 온도 차가 커 성사를 자신하기 힘든 상황이다.세 후보는 충청 지역 순회 경선이 열린 14일에도 지지를 호소하며 중원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충남 공주시 교통연수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국가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 대표가 되면 충청 메가시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박 후보는 ‘이재명 때리기’를 이어갔다. 그는 “당의 지도자가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지역구에 ‘셀프 공천’했다”며 “문재인 대표 시절 혁신안인 당헌 80조가 차떼기 정당 후신만도 못하게 후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당헌 80조는 기소 시 당 대표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조항으로, 최근 당에서 개정을 추진 중이라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충남 아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강 후보는 고향인 충청 지역 지지를 호소하며 ‘제3후보’로서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그는 “충청이 민주당의 중심이자 정권 교체의 중심이 되자”며 “새로운 선택지인 강훈식에게 투표해달라”고 강조했다.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정청래, 고민정 후보가 1·2위를 유지하며 ‘2강 체제’를 형성 중이다. 그 뒤를 장경태 서영교 박찬대 윤영찬 송갑석 고영인 후보가 쫓고 있다. 민주당은 권역별 경선을 15번 치른 뒤 28일 서울에서 대의원 현장 투표와 국민(2차)·일반당원 여론조사를 발표한 뒤 차기 지도부를 최종 선출한다.설지연/전범진 기자 sjy@hankyung.com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지우기’ 논란이 벌어졌다. 당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동산 정책 슬로건인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 1주택’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차기 당 대표로 이재명 후보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선 “문 전 대통령의 성과를 지우는 것이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서 경제 분야 강령의 ‘소득주도성장’을 삭제하고 ‘포용 성장’으로 대체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1가구 1주택’ 표현도 실거주·실수요자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실상 지난 정권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소득주도성장과 1가구 1주택 삭제 논의를 주도한 것은 전준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병욱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전준위 강령분과 주최 토론회에서 “현재 당 강령은 문재인 정부 시대에 발맞춰 작성됐기 때문에 당시의 문제 인식이 많이 담겼다”며 “새 강령에는 현재 시기에 부응하는 시대 인식을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측근 모임인 ‘7인회’ 핵심 일원이기도 하다.그러나 두 정책이 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였던 만큼 친문계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당한 평가라고 반발하고 있다.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맡았던 윤영찬 의원은 지난 11일 SNS에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 당장 멈추시라”며 “선거 패배 원인은 소득주도성장 때문이 아니다. 민주당다운 인물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다만 이재명 후보의 당 대표 당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 속에 친문계도 대놓고 뚜렷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극소수다.당내 한 관계자는 “(친문계가) 전 정부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향후 지방선거 등 공천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