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혁 항일영상역사재단 이사장, 국내외 독립운동 현장 10년 발품·기록
"여러나라에 영감 준 독립운동 스토리 디지털화…미래세대에 영웅 체험기회"
"세계 곳곳 독립운동 현장 사라져"…'메타버스' 구상 베테랑PD
제77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 영웅들의 삶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축하는 사업을 구상 중인 베테랑 PD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항일영상역사재단의 이원혁(63)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애국 선열들이 세계 각지에서 펼친 항일 독립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배포하는 작업에 지난 10년을 바쳤다.

이 이사장은 KBS에서 PD로서 '빅토르 최', '731부대는 살아 있다', '현각스님의 만행'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방송사를 나온 후에는 제작사를 차려 100여 편의 독립운동 다큐와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는 최근 독립운동에 디지털 옷을 입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고, 선양사업의 패러다임을 '지속가능한' 민간사업으로 전환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 영웅의 이야기를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대중이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14일 '독립운동 메타버스'를 구축해 미래 세대에게 독립 영웅의 삶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이 이사장은 "독립운동 스토리가 디지털의 날개를 달면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돼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립운동 선양사업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립운동 메타버스'를 구상하는 이유로 "우리 독립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친, 유례를 찾기 힘든 독립운동사"라며 "그 현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이 독립운동 유적지 기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상하이 임정 수립과 관련한 다큐를 기획하면서부터다.

그는 2009년 9월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러 유럽을 방문해 영국·프랑스의 고문서 속에서 독립운동의 생생한 기록을 마주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이정현)이지만 그런 내력보다는 외국 아카이브 속에 잠들어 있는 독립운동의 기록이 나를 일깨운 직접적 계기가 됐다"며 "먼 유럽 땅에서 우리 독립운동사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순간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돼 가슴이 뛰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귀국 후 준비 기간을 거쳐 역사 재단을 만들어 국가보훈처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독립운동 영상 기록에 뛰어들었다.

그가 항일독립유적지와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담아 '미니 다큐' 형식으로 제작해 항일영상역사재단 누리집 '항일닷컴(http://www.hang-il.com)에 공개한 영상은 무려 800편에 이른다.

한국 등 국내외 20개국 독립유적지 영상 400건, 생존 독립운동가와 후손의 증언 영상 150건, 외국 독립운동 유적지 영상 100건, 3D 프린터를 이용해 복원한 유물의 외형이나 독립군 전투 상황을 담은 3D 영상 100건 등이다.

이들 영상은 교육기관이나 개인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누리집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취재 내용을 글로 정리해 서적과 전자책도 여러 권 펴냈는데 '영상으로 만나는 식민지 근현대', '발굴, 독립운동가의 숨은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3.1운동 이야기' 등 전자책은 독립정신 확산을 위해 무료로 배포했다.

작업과 활동에 드는 비용은 국가보훈처나 독립기념관 등 정부로부터 지원이나 기업 후원 없이 이사장의 사비와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세계 곳곳 독립운동 현장 사라져"…'메타버스' 구상 베테랑PD
그는 독립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한국 독립운동이 전 세계 독립운동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하게 전개됐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은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아프리카만 빼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항거했다.

이들의 활동은 한국과 교류가 거의 없던 세계 각국의 의로운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안중근의 의거는 인도의 의혈항쟁에 영향을 미쳐 그 사실이 인도 역사책에도 수록됐으며,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는 당시 파리에 체류한 호찌민과 교류하며 베트남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경호요원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한낙연(韓樂然)은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화가이자 중국의 고대 유적인 키질 석굴의 벽화를 지켜낸 고고학자로 룽징(龍井·용정)에 그를 기리는 공원이 있다.

이 이사장은 "독립운동사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넓히면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연대해 싸운 역사를 볼 수 있다"며 독립운동사의 접점을 찾는 노력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 독립운동 현장 사라져"…'메타버스' 구상 베테랑PD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