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13일 당정이 처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들이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하거나,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하며, 이들을 일일이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뉴스1
이 전 대표는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당의 우세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총선 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시라"고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란다라는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 시점에서 윤핵관들을 도려내고 전격적인 인적 쇄신을 하고 대선 때 우리가 공약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지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때 대한민국이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이준석이 산사에 들어가서 조용히 닥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는 너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36일만에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당 지지율과 관련해 "민심은 떠나고 있다"면서 '내부총질' 문자 파문과 관련,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자신을 향해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표현한 게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된 일을 지적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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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그 표현 자체에서는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며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양의 머리를 걸고 진짜 무엇을 팔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xx'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선당후사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매우 가혹한 것이다. 선당후사란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여러분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 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한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통일부 업무보고를 거론,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의 발표로는 대통령은 저를 만나시지 않았지만 저는 대통령께 북한방송 개방에 대한 진언을 독대해서 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실이 당시 회동 자체에 대해 확인하지 않으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당시 비공개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독대한 것이 맞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에 대한 심경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에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비극"이라고 성토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의도는 반민주적이었고 모든 과정은 절대반지에 눈 돌아간 사람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몇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리려고 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했고, 마치면서는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국민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