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동포 이마리 작가, 국내서 출간…"소녀들의 인권과 삶 되새겨야"
일본군 위안부·호주 혼혈아 이야기 다룬 동화 '캥거루 소녀'
일본군 위안부와 호주 혼혈아 정책의 무자비함을 드러내면서 세계 역사 속에서 무참히 짓밟힌 소녀들의 인권과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장편동화 '캥거루 소녀'(청개구리刊)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호주동포 이마리(정환) 작가가 쓰고, 이성희 씨가 그림을 그렸다.

이 작가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캥거루 소녀'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온 한국인 소녀 '순희'가 목숨을 건 탈출 끝에 호주의 소녀보호소에 머물게 되고, 여기서 만난 '미룬다'와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동화는 동남아의 한 전장에서 퇴각하는 일본군의 만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군은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위안소 소각은 물론 위안부로 끌려온 여성들을 학살해 자신들의 만행을 감추려 한다.

이때 간신히 탈출해 목숨을 구한 순희는 바닷가에서 호주로 출격하는 일본 군함에 몰래 숨어드는데, 일본군의 패배로 군함이 침몰하면서 호주 해변에서 표류한다.

결국 호주 군인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난 순희는 소녀보호소로 보내져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이곳에서 혼혈 소녀 미룬다를 만난다.

과거 호주는 크리미(호주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라고 불리는 소녀들을 부모의 허락 없이 강제로 잡아다가 소녀보호소에 가둬두고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글자와 예절을 가르쳐 백인 가정의 일꾼으로 키워냈다.

미룬다 역시 강제로 보호소에 끌려와 백인 가정의 가사도우미로 팔려 갈 입장에 놓여 있었고, 그 처지는 순희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호주에서 자행된 크리미 정책과 결부시키면서 더욱 보편적인 의미로 확대하고 싶었다"며 "이 역사적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패망으로 일본군 위안부는 해산됐지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몰염치한 태도로 역사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데, 그 단적인 사례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방해 공작이라고 작가는 보고 있다.

이 작가는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광장에 설치하려던 소녀상이 시드니 일본 영사관의 반대로 무산되고, 시드니 애쉬필드 연합교회 빌 크루즈 목사의 배려로 그 교회 마당에 안치됐다"며 "바람이 불고 스산한 날 교회에서 '소녀상 설치 기념 바자회'가 열렸는데, 그곳에 참여한 저는 아픈 가슴으로 용맹스러운 순희 언니를 '캥거루 소녀'에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동화는 순희와 미룬다, 이 두 소녀를 돕는 혼혈 소년 눌라의 우정과 모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삶과 생명, 그리고 자유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센트럴 코스트에 거주하는 이 작가는 장편소설 '버니입 호주 원정대'로 제3회 한우리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바다로 간 아이들'로 제8회 부산가톨릭 문예 공모전에 당선됐다.

'빨간 양말 패셔니스타', '코나의 여름', '구다이 코돌이' 등의 소설을 집필했다.

청소년 역사소설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 '동학소년과 녹두꽃', 소년 독립군과 한글학교'를 쓰기도 했다.

이성희 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그림책 작가가 됐다.

'동글이의 여행', '혼자서 잘 수 있어요', '구다이 코돌이', '푸른 눈의 세상' 등을 그렸다.

/연합뉴스